‘한옥’은 19세기 말 개항 시기를 거치며 외래의 새로운 건축 양식이 유입되면서, 우리의 옛 건축을 이와 구분하기 위해 새롭게 지어진 말이다. 이후 근대적 기능을 갖는 학교와 관청, 병원과 사무소, 상점 등을 새로운 건축 양식으로 짓게 되면서 한옥은 주택에서만 그 명맥을 유지했으나, 1960년대 이후에는 양옥과 아파트에 밀려 설 자리를 잃었다. 한옥이 근대의 세례를 받았던 시기는 길게 보아도 80년 정도에 지나지 않고, 그나마도 그중 절반 정도 국가에서 주도했던 건축 활동은 모두 식민정부가 주도했으니 실제 우리의 근대 한옥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만약 한옥이 근대 도시에 퍼진 서양 문물의 홍수 속에서 좀 더 오래 버텨왔더라면, 오늘날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왔을까?
20세기 전반에 생겨난 2층 한옥 상가와 도시형 한옥이 당대의 사회적 수요와 기술 수준 속에서 찾아낸 최선의 해법이었던 것에 비하면, 최근 소수 애호가의 입맛에 맞춰 지어지는 한옥들은 억지로 시대를 역행하는 듯하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올해로 8회를 맞이한 ‘대한민국 한옥공모전’은 도심 속 상업 공간으로서의 한옥을 조명하고자 한다. 정통성과 순수함에 대한 강박이 없이 자율적으로 진화한 한옥의 현대적 모습을 찾아보는 것이 이번 공모전의 취지이다. 현대 도시의 상업적 밀도에 대응하는 가로변의 소규모 상가 건물을 대상으로 한다. 어느 곳에서나 있을법한 대지에, 어느 곳에도 들어설 수 있는 동시에, 한옥이어야 하는 이 곤란한 문제는 결국,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