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유승리 기자
2014년 문체부 젊은 건축가에 3팀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월 30일, 건축 문화를 새롭게 책임질 2014년 젊은 건축가에 곽상준, 이소정OBBA 건축사사무소, 김민석, 박현진노션 아키텍처, 김수영건축사사무소 숨비, 이상 총 3팀5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후보신청을 한 팀은 총 18팀으로, 작년 21팀에는 조금 못 미치는 숫자다. 심사위원장 민현식기오헌 고문을 포함한 5인의 심사위원(손진이손건축 대표, 이충기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이소진아뜰리에 리옹 서울 대표, 박준호EAST4 대표)은 개인 심사를 통해 8팀을 2차 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지난 6월 13일, 이들 8팀을 대상으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공개심사가 열렸다. 건축가, 건축 저널, 학생 등 이 청중으로 참여한 가운데 각 후보자는 약 15분에 걸쳐 발표를 진행했다. 본격적으로 심사가 시작되기에 앞서 심사위원장 민현식은 1차 심사 당시 세워두었던 평가기준 여섯 개를 소개했다.
첫째, ‘이 작업에서 새롭게 만들어질 자연 또는 환경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둘째, ‘이 건축에 실현된 기술은 어떤 것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더불어 현대의 새로운 기술과 그 기술의 발달이 작업에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 셋째, ‘이 작업을 통하여 새롭게 형성될 사회적 관계는 어떤 것인가?’, 넷째, ‘여기에서 이루어진 생산과 재생산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특히 현대의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에 대한 태도는 어떠한가?’, 다섯째, ‘이 작업에서 일상생활은 어떤 모습이 될 것이며, 우리가 바라는 일상생활은 어떤 것인가?’ 마지막, ‘여기에 지어지는 건축은 민족적인 기념비로서의 성격을 가질 것인가? 아니면 코스모폴리탄적 장소로서의 성격을 갖는가?’ 그리고 ‘이들 즉, 자연 또는 환경과의 관계, 기술, 사회적 관계, 생산체제, 일상생활의 질, 정신적 개념 등의 요소들이 총체를 이루면서 이들 간의 상호관계는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가 그것이다.
심사위원진은 위 여섯 가지를 기준으로 세운 이유에 대해 “후보자들이 집을 짓기 전 미리 머릿속에 지은 그들의 생각을 알고, 이를 바탕으로 짧은 발표에서 미처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알아보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김수영건축사사무소 숨비의 첫 작업은 건축물이 아닌 “Constructing”이란 책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는 알바로 시자의 국내 작업에 대한 기록으로, 시자의 국내 파트너였던 전 사무소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첫 작업이기도 했지만, 김수영에게는 이 작업이 자신의 건축 인생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는 듯했다. 졸업 후 본격적으로 실무를 시작하면서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건축물이 ‘구축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숙고해볼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라고 그는 전한다. 더불어 이 과정에 비로소 건축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음을 밝혔다. 2년이 넘도록 이 기록을 정리하면서 그가 붙잡게 되었던 단어들은 분명 독립된 건축가로 한 발자국 내딛는 그에게 큰 힘이 되었을 터다. 이렇듯 김수영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이 느낀 건축의 기본이 되는 언어들을 ‘구축’이라는 큰 개념 안에 담아 소개했다.
심사위원은 그의 수련과정에 나타난 구축에 대한 관심과 진지하고 신중한 작업태도에 대해 호평했다. 이어 “형태, 빛, 구축에 대한 관심만큼 건축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에도 균형적인 관심과 표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한편 곽상준, 이소정OBBA 건축사사무소은 작년에 완공된 내발산동의 다세대 주택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이 주택은 오래된 다세대 주택과 신축 주택이 혼재하는 지역에 들어섰다. 이들은 건물이 들어설 마을의 삶을 직접 경험해보기 위해 마침 비어있던 철거예정 건물에 사무실을 차렸다. 덕분에 이들은 작업 기간 동안 마을에 거주하다시피 하면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때 몸소 체험하고 느낀 것들이 설계하는 데 결정적인 디자인적 단서로 작용했다고 전한다.
작업에 앞서 이들이 파악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위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건물의 외관, 둘째, 무분별한 정책과 그로 인한 도시 미관의 손상, 실 거주자를 고려하지 않은 환경. 여기에 단위 면적을 최대한 확보해달라는 건축주의 요구사항이 더해지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점차 늘어갔다.
도로가 만나는 모퉁이에 들어선 건물의 형태는 건축법에 의해 결정되었고, 두 개의 매스가 연결된 형태로, 1층은 근린생활시설, 주차장, 2~5층에는 14세대가 포함되어 있다. 가장 초점을 맞춘 부분은 최대한 간결한 형태의 건물을 짓는 것이었다. 도시 미관을 고려한 까닭이다. 또한, 추가 증축 없이 최대한 전용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스킵 플로어를 계획하고, 공용공간은 최소화했다. 일반 다세대 주택 채광과 환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세대를 세심하게 고려해 디자인한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벽돌스크린 비어 쌓기를 통해 입면을 구성한 점이다. 이는 물론 시각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사생활 보호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평면 및 공간구성에 대한 노력과 동네의 작은 주택에 관심을 가진 동네건축가의 사례를 통해 동네의 일상을 담으려는 시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주변과의 소통에 대한 관심과 소규모 주택작업의 경험적 한계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민석, 박현진노션 아키텍처의 작업 중에는 수원 유명한 홍등가 지역에 지어진 ‘호텔 본’이 단연 돋보였다. 짧은 발표였지만, 젊은 건축가로서의 패기와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시간이었음이 틀림없다. 심사위원 역시 다양한 건축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력과 자신감, 다루기 쉽지 않은 모텔 리모델링 작업의 완성도 등에 대해 좋은 평가를 했다. 발표 후에는 용도 등 여러 면에서 특이한 작업에 임하는 건축의 장소에 대한 관심, 건축가로서의 생각과 태도에 대한 심화 토론이 있었다.
올해는 여느 해와 달리 주목할 만한 건축가를 따로 선정하지 않았다. 수상자 3팀을 선정하는 것마저 오랜 토론에도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해 투표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 심사위원의 설명이다. 또한, 나머지 5팀도 심사위원에 의해 의견이 갈리었을 뿐 모두 같은 수준의 건축가였다고 전해진다. 이번 젊은 건축가 상에 응모한 건축가들의 작업은 주로 민간건축의 영역에 걸쳐있었다. 심사위원은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어렵지만 그만큼 자유롭게 자신의 건축을 펼쳐낼 가능성이 큰 공공건축 작업이 눈에 띄지 않은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럼에도, 이들이 보여준 구축에 대한 진지하고 치열한 태도, 동네의 일상을 담은 작은 동네 건축에 대한 관심,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업무영역과 나이를 불문한 자신감, 사회에 대한 관심과 봉사정신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번 공개 심사는 모두가 서로에게 경쟁자이거나, 평가자, 혹은 후보자가 아닌 조력자로서의 면모를 더 많이 보여준 자리였다. 특히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선배 건축가들은 후배 건축가들의 어려운 상황을 누구보다 깊게 공감하지만, 그들의 작업을 평가할 때만큼은 냉철한 태도를 보였다. 토론을 위해 마주 앉은 선배 건축가 그룹과 후배 건축가 그룹의 모습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희망적이었다.
젊은 건축가 상이 제정된 2008년 이래 회차마다 최소 3팀에서 5팀을 선정해 수상한 결과, 지난 7년간 이 상을 받은 건축가만 해도 27개 팀(총 39인)에 달한다. 앞으로도 이 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젊은 건축가 수상자 타이틀을 가진 건축가는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갈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 상으로서의 메리트를 잃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년간 각 년도 수상자에 한해 신진 건축가들에게 작품 전시회, 작품집 발간, 국내외의 건축 행사 참여 등의 기회를 부여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젊은 건축가들의 작업환경은 여전히 열악하기만 하다. 작업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물론 수상한 한 해에만 국한되는 홍보성 지원에도 문제는 있지만, 모든 짐을 주최 측에게만 지울 일도 아니다. 주최 측이 선, 후배, 그리고 동료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해 주는 데까지의 역할을 맡았다면, 나머지는 건축계 내부에서 스스로 모색해 볼 과제이다. 이 상이 본래 의도를 살린 신진 건축가의 등용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축계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때 모든 과정을 앞서 경험한 선배 건축가들이 젊은 건축가들의 든든한 ‘빽’을 자처한다면 앞으로 우리 건축계의 미래는 밝다. 자료제공 / 사.새건축사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