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이 5월 22일 개막한다.
공식 개막을 하루 앞둔 2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는 한국관 전시를 소개하는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약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신혜원 감독과 주요 참여 작가들이 참석해 한국관 전시 기획 의도와 전시 내용에 대해 소개했다.
제17회 건축전 주제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다. 코로나19로 인해 ‘생존’과 ‘공생’이 전 지구적 이슈로 떠오른 지금 모두가 생각해 볼만한 주제다.
이러한 주제 하에 한국관은 ‘미래학교Future School’로 탈바꿈한다. 생각을 나누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지식을 쌓아가는 학교처럼, 모두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고민을 해보자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신혜원 감독이 인류의 긴급한 과제로 제시한 세 가지 이슈는 ‘기후 위기’, ‘디아스포라’, ‘혁신’이다. 참가자들은 베니스 현지 캠퍼스와 미래학교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디지털 캠퍼스 속에서 기존의 배움을 내려놓고 새로 배우는 과정에 동참하게 된다. 전시, 워크숍, 설치, 대화 프로그램 등의 형태로 50여 개의 프로그램과 200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이러한 과정은 미래학교 온라인을 통해 기록하고 송출된다.
소수의 ‘전문가’들이 주축이 되어 ‘작품’을 선보여왔던 지금까지의 비엔날레 전시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방식이다. 신 감독 역시 이러한 학교에 참여자들을 불러모으고 그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큐레이터로서 본인의 역할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새로운 방식의 전시는 건축과 송률과 크리스티안 슈바이처Christian Schweitzer가 디자인한 공간에서 펼쳐진다. 한국관 공간 계획의 핵심은 ‘생각을 교환할 수 있다면 어디든 학교가 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생각으로 특별한 건축물이 되려 하기 보다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구심점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벽돌과 유리, 철골 프레임으로 이루어진 한국관 파빌리온은 벽돌조적 공중화장실을 제외하면 임시 구조물에 가깝다. 빛이 들고 자연과 어우러진 개방적 공간으로, 일반적인 화이트 큐브형 전시장보다는 한국 전통건축의 ‘정자’와 더 비슷한 느낌이다.
공간디자인팀은 한국관이 지닌 이러한 ‘개방성’에 주목하여 파빌리온 실내를 벽 너머 자르디니 정원과 연결하고, 휴식과 명상을 위한 공유 공간, 소통과 교류, 토론을 위한 공유공간을 마련했다. 방문객은 누구에게나 열린 이 공간들에서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며 배움과 생활의 경계를 허물고 사유할 수 있다.
지상층 중앙에 놓여있는 조경가 김아연의 갈대로 만든 카펫 ‘블랙 메도우’는 공간에 편안한 분위기를 더해줌과 동시에, 방문객에게 자연과 생명의 이야기를 전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한다. ‘미래학교 부엌’에서는 도예가 정미선이 디자인한 제주 옹기에 담은 차와 음료로 방문객과 참가자들이 휴식을 취한다.
파빌리안 안쪽에 위치한 정사각형의 방은 일명 ‘한지방’으로 꾸며졌다. 옛날 가정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한지 장판을 재현한 공간이다.
한국관 파빌리온의 특징이기도 한 곡선벽은 그래픽 디자이너 크리스 로Chris Ro의 손을 거쳐 ‘프로세스 월’로 거듭난다. ‘미래학교 약속문’과 참가자들의 전시, 워크숍 결과물을 A4용지에 프린트하여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방문객과 공유하는 것이다.
한국관의 ‘가변적’ 특성도 한층 더 극대화됐다. 비엔날레 기간 중 한국관에서는 50가지 이상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그때마다 프로그램에 맞춰서 공간은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다. 가변성이 잠재하는 공간으로, 사용자는 공간을 변화시키고 공간은 다시 사용자를 변화시키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 디자인에 대해 건축가 송률은 “디자인이 존재하지 않는 디자인, 어떤 것도 고정되어 있지 않은 디자인이다. 학교를 위한 공간 디자인이라기보다는 그곳에서 발생하는 액티비티를 위한 디자인이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러한 디자인 의도처럼 비엔날레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쉬다갈 수 있는 열린 학교로서의 역할을 하길 바란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한편 한국관 옥상은 비엔날레 역사상 처음으로 방문객에게 개방된다. 신혜원 감독이 발의한 ‘큐레이터 연합’ 활동의 일환이다. ‘큐레이터 연합’은 2020년 5월 23일 신혜원 한국관 큐레이터의 제안으로, 전 세계 큐레이터들이 코로나19로 순연된 비엔날레 기간을 협업 기회로 활용하는데 있어 공통의 관심을 표방하며 시작됐다. 작년 5월 출범한 이래, 현재 48개국 국가관 큐레이터가 참여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발전해왔다. 비엔날레 총감독인 하심 사르키스Hashim Sarkis가 주요 프로그램으로 소개할 만큼, 전례 없는 역사적 화합이라는 평을 받고 있어, 향후 베니스 비엔날레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현장 전시와 더불어 새로운 디지털 환경인 가상 캠퍼스 ‘미래학교 온라인’을 신설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미래학교 온라인은 세계 곳곳의 다양한 미래학교 캠퍼스들과 연결되어 서로의 콘텐츠와 콘텍스트를 공유하고 연결 관계를 생성하며 아카이브 된다. 워크숍, 토론, 회의 및 전시 등이 비엔날레 기간 중 지속적으로 온라인 개최되는데, 이러한 온라인 회합은 새로운 유형의 커뮤니티의 형성과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화합하는 혁신적인 해결책의 일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17회 베니스비엔날레는 국제건축전은 오는 11월 21일까지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에서 진행된다. 한국관 오프닝은 21일 오후 7시, 미래학교 온라인 및 유튜브 한국관 미래학교 공식 채널에서 온라인 생중계 되며, 전시 기간 중에는 미래학교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다. 글 /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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