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테라스
11 Terrace

남정민 (고려대학교, OA-Lab건축연구소) | Jungmin Nam (Korea University, OA-Lab)

 

 

서울 시내에서 걷기 좋은 이면도로를 만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좁은 도로에 보행자와 자동차가 뒤엉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차가 없을 때 보이는 풍경이라고 해봐야 황량한 주차 필로티나 꽉 막힌 외벽뿐이니 말이다.
그런 삭막한 풍경에서 길과 건물, 행인 사이의 소통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일까. 언젠가부터 이면도로에 들어서는 건물들은 외부 환경보다 내부 환경, 건물로 들어간 후의 경험에만 집중하는 경향이다.

 

 

 

작품명: 11 테라스 / 위치: 서울특별시 강남구 봉은사로81길 15 / 설계: 남정민 / 사무소: 고려대학교, OA-Lab건축연구소 / 프로젝트팀: 임홍량, 주병규, 이아린 / 건축주: 유앤남건축㈜ / 용도: 업무 및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600.7㎡ / 건축면적: 299.75㎡ / 연면적: 2,423.63㎡ / 규모: 지상 6층, 지하 2층 / 높이: 20.9m / 주차: 19대 / 건폐율: 49.90% / 용적률: 248.77% / 구조: RC구조 / 외부마감: 아노다이즈드 알루미늄, 모노벽돌 와이드 / 내부마감: 콘크리트 노출, 테라조스톤 / 구조설계: 터구조 / 기계·전기설계: 정연이엔지 / 시공: 예미건설 / 설계기간: 2017.2~2018.4 / 시공기간: 2017.7~2019.3 / 사진: 신경섭 (별도표기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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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층 규모의 오피스 건물인 ‘11 테라스’는 삼성동 어느 이면도로에 자리한다. 주변은 앞서 언급한 이면도로의 상황과 한치도 다름이 없었다. 비슷한 규모의 빌라와 오피스 건물이 길과 무관하게 서 있고, 그 건물들의 지상부는 주차를 위해 비어있거나, 길과 소통하는 데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는 기둥과 벽만이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1 테라스’는 임대용 업무시설이라는 용도를 고려해 용적률은 최대화하되, 사용자와 공공영역에 대한 배려도 놓치지 않은 작업이다.

 

 

 

 

ⓒ최진보

 

무표정한 이면도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택한 방법은 ‘요철’이다. 수직·수평의 다양한 요철을 형성함으로써, 건물 입면과 도로가 직접 만나고, 보다 적극적으로 관계 맺게끔 한 것이다.
먼저 1층에서는 요철이 건물과 도로의 경계면을 따라 수평적으로 확장된다. 보행자 진입로, 장애인 진입로, 화단과 벤치 공간은 아기자기하게 조합되면서 보행자 레벨에서의 경관을 풍성하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건물과의 교감하며 걷는, 즐거운 보행 환경을 선사한다. 그런가 하면 2층부터 6층까지는 테라스를 통해 요철을 수직적으로 확장시킨다. 층마다 조금씩 다른 모양의 테라스는 층층이 쌓이면서 입체적인 입면을 형성하고, 그러한 입면으로 인해 ‘11 테라스’는 모두를 위한 풍경이자 공공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11 테라스’의 요철은 휴식 공간이자 식재 공간이다. 1층에서는 도로변의 화단을 통해 일상적 보행 환경에서 식물과 접하는 경험을 선사하고, 2층부터는 독립된 테라스를 통해 각 층 이용자들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그리고 맨 꼭대기, 옥상은 정원으로 꾸며져 탁 트인 하늘 아래서 풍성한 식물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건물의 주재료는 식물과 콘크리트 벽돌, 아노다이징 알루미늄이다. 이중 벽돌과 알루미늄은 각각 입면 하부와 상부에 나누어 사용함으로써 육중함을 덜어내는 효과를 거뒀다. 또한, 하부의 벽돌은 행인들의 눈높이에서 건물을 분절시키며 휴먼스케일의 경관을 형성하고, 상부의 알루미늄 패널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하늘의 색상을 담아내며 건물 상부를 하늘에 녹여 냄으로써, 좁은 도로에서 건물의 존재감을 줄여준다.

 

 

 

서울은 도로 정비도 잘 되어있고, 다양한 시설이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모여있는 보행 친화적 자질을 갖춘 도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면도로의 환경은 그다지 보행 친화적이지 못하다. 즉, 이면도로를 일상의 주 무대로 삼는 이들은 잠시 쉬어갈 공원이나 산책로를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뜻이다.
삶의 질이 높아지려면 일상에서 경험하는 공간의 질 또한 높아져야 한다. ‘11 테라스’를 통해 주변의 흔한 업무시설이 길과 어떻게 만날 것인지, 공공의 풍경과 체험에 기여하면서도 어떻게 사유재산으로서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탐색해보길 기대한다.

 

 

ⓒ최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