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은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어머니나 생명 등의 정감 어린 단어를 연상케도 한다. 이처럼 흙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지지만, 정작 흙으로 집을 지으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흙집은 시대에 뒤떨어진 불편한, 다른 유형으로 대체되어야 할 옛집 같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이렇게 흙과 흙집에 대한 인식이 전혀 다른 까닭은 무엇일까. 이 질문의 답을 한 권의 책을 통해 들어볼 수 있게 됐다.
저자는 책 서두에서 흙이야말로 미래의 건축 재료라고 말한다. 현대건축에서 가장 애용되는 시멘트와는 달리, 흙은 건물의 수명이 다하여 해체되고 나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현대의 흙은 시멘트와 비슷한 강도를 가진다는 점 등,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루어진 흙의 진화를 소개하며, 현대적인 건축 자재로서 흙의 잠재력을 다시금 강조한다.
책은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는 흙과 집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다.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아파트에 대한 생각은, 집을 짓는 행위에 대한 생각을 거쳐, 흙집에 대한 고찰로 이어진다. 현재의 주거 문화는 어떠한지, 집을 짓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살펴보면서,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거, 집의 조건, 흙집 등의 개념을 되짚어 본다.
2장에서는 질의응답의 형식으로 흙과 흙집의 특성을 더욱 깊이 있게 살펴본다. “흙집은 언제부터 지어졌나요?”, “흙에서 정말 원적외선이 나오나요?”, “흙은 물에 약한데 장마 지면 괜찮을까요?” 처럼 누구나 한 번쯤 궁금했을 법한 질문들에 답하며 흙집의 유래와 기능, 흙집을 짓는데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전달한다.
3장에서는 그림과 사진을 곁들여 흙집 짓는 방법을 설명한다. 10년 이상 흙집 짓기 교육을 진행하며 얻은 저자의 노하우와 함께라면 튼튼한 흙집도 얼마든지 쉽게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한국흙건축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사랑방을 짓던 사진도 수록하여 생동감을 더했다.
흙집에 대한 수많은 책 사이에서 이 책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단순한 몇몇 지식을 알려주는 데서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흙의 장점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흙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경험, 노하우까지도 진솔하게 전달한다. 보기에만 좋은 상업적 흙집에 대한 것이 아니기에 실제로 흙집을 짓고 싶은 독자들에게 특히나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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