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진이 10년 넘게 수집된 과학 데이터에서 지속적인 이상 현상을 발견했다

2025년 12월 16일

국내 연구진이 10여 년에 걸쳐 축적된 관측자료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신호를 포착했다. 이 신호는 계절이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았고, 서로 다른 장비와 기관을 가로질러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한 연구자는 “처음엔 단순한 오차로 보였지만, 해가 바뀌어도 같은 리듬이 남았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우선 ‘이상’이라는 단어를 아끼며, 데이터의 정상성부터 꼼꼼히 따졌다. 그 과정에서 원시 데이터의 결측과 센서의 교정 기록, 시간 동기화 로그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하나씩 제거하고 다시 검증했다.

연구의 배경과 방법

이번 분석은 국내 여러 기관이 보유한 해양, 대기, 지구물리 데이터셋을 통합해 이뤄졌다. 해양 부이의 표층 수온, 지상 라이다의 대기 에어로졸, 위성 복사계의 상층권 휘도온도, 지진계의 저주파 잡음까지 총망라됐다.

연구진은 13년간의 시계열을 정규화하고, 센서별 시프트와 누적 바이어스를 억제하기 위해 베이지안 계층 모델을 적용했다. 동시에 독립된 알고리즘 둘을 병렬로 돌려, 한 쪽의 결정이 다른 쪽의 확신을 과도하게 이끌지 않도록 설계를 분리했다.

핵심은 일 단위와 월 단위 변동성을 제거한 뒤 남는 잔차의 위상과 주파수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추적하는 일이었다. “우리는 기기 특성 표와 현장 일지까지 다시 읽었고, 그럼에도 패턴은 유지됐습니다”라고 책임연구원 김하윤 박사는 말했다.

무엇이 ‘이상’으로 보였나

연구진이 포착한 것은 지역과 센서를 넘어 동시간대에 얇게 겹치는 미약한 진동이었다. 해당 신호는 특정 연도 이벤트에만 국한되지 않았고, 새벽 시간대에 가장 뚜렷하게 응축되는 경향을 보였다.

  • 센서 종류와 플랫폼을 불문하고 동일한 시간대에 약 0.2~0.4%의 편차가 반복
  • 겨울과 여름의 강도 차이는 있으나 위상은 거의 고정
  • 해양과 대기의 경계층 자료에서 동시적인 미세 상승폭 관찰
  • 태양 활동 지수와 약한 상관이 있으나 결정적 설명력은 부족
  • 장비 교체 전후에도 패턴의 연속성 유지

연구진은 “하나의 계측기가 낸 착시라면 이렇게 넓은 영역에서 동조되지 않는다”라며, “상호 독립 네트워크가 같은 시계열 특징을 반복한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가능한 설명과 반론

가능한 가설은 여럿이다. 일부는 산업용 전파 간섭이나 대규모 전력망의 야간부하 변화가 미세한 측정 환경을 교란했을 가능성을 든다. 또 다른 쪽은 대기 중 중력파가 해양 경계층과 결합해 새벽에 증폭되는 메커니즘을 주목한다.

“태양-지자기 상호작용이 낮에는 난류에 묻히고, 야간에는 경계층이 얇아져 드러날 수 있습니다”라고 공동저자 박지온 연구원은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다 해도 서로 다른 센서에서 진폭이 유사하게 재현되는 건 쉽지 않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비판도 분명하다. 한 외부 전문가는 “긴 시계열에서 우연한 정렬은 생각보다 자주 생긴다. 통계적 착시일 수 있다”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우리는 보정된 시계열과 원시 데이터 모두에서 동일한 패턴을 확인했다”라며, “신호 추정에 사용한 사전분포를 바꿔도 결과가 과도하게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독립 검증과 공개

이번 결과는 국내 학술지에 게재 심사 중이며, 분석 코드와 재현 패키지 일부가 사전 공개로 배포됐다. 연구팀은 해외 기관과의 공동 검증을 위해 동아시아 외 지역 자료를 추가로 확보 중이다.

김하윤 박사는 “검증은 우리 에서 이뤄져야 한다. 다른 데이터와 다른 시야에서 같은 현상이 나와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가장 두려운 건 매력적인 이야기에 현혹돼 통계적 경고를 놓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향후에는 해양 부이의 고주파 샘플링을 확대하고, 도시권 전자기 환경 모니터링을 촘촘히 붙여 교란원을 더 정밀하게 분리할 계획이다. 또한 지상-위성 동시관측 캠페인을 계절별로 나눠 반복 수행해 위상 안정성을 다시 점검한다.

왜 중요한가

미약하더라도 장기간 지속되는 신호는 모델의 빈틈과 경계조건의 오류를 알려주는 힌트가 된다. 작은 반복이 누적되면 예측의 편향을 키우고, 위험 평가의 문턱을 은밀히 바꿀 수 있다.

정책 측면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해양-대기 연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해무 예보나 항만 운영, 미세먼지 저감 정책 같은 현장 의사결정의 오차폭을 줄일 수 있다.

연구진은 스스로를 ‘발견’의 주인공이 아니라 검증의 시작점이라 규정한다. “우리가 보여준 건 통계적으로 고집스러운 잔차입니다. 그 잔차가 자연의 목소리인지, 측정의 그림자인지, 이제 함께 가려내야 합니다”라고 김하윤 박사는 말했다.

독자는 여기서 한 발짝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매력적인 패턴은 쉽게 이야기로 부풀고, 확정적 진실처럼 퍼질 수 있다. 그렇기에 데이터의 공개, 분석의 재현, 그리고 이견의 존중이 이번 논의의 제일가는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김 지훈

김 지훈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을 담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다양한 도시에서 경험을 쌓으며 건축 저널리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C3KOREA에서는 건축 비평과 인터뷰를 주로 담당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세계 건축의 맥락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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