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은 그야말로 문화의 시대다. 정치며 경제며 산업이며, 문화를 얘기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요즘 전국 어디를 가든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말이 바로 문화도시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마치 문화가 그 도시의 부정적인 모습들은 지워내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세련된 이미지를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 말이다.
과연 언제부터 우리 도시는 문화에 이토록 많은 관심을 보내왔을까. 쏟아지듯 등장하는 무수한 정책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으며, 문화정책이라는 이름에 걸맞기는 한 것일까. 문화라는 외피를 입은 개발의 또 다른 모습은 아닐까.
이 책에서는 도시문화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낀 10인의 전문가들이 그간 문화의 열풍 뒤에 가려져 있던 우리의 현실을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이론적 쟁점, 실천적 경험, 향후과제, 총 세 장으로 나누어 지금의 도시문화정책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앞으로를 위한 방향을 모색한다.
먼저 1장에서는 문화도시에 관한 문제들을 이론적으로 짚어본다. 도시계획이 이뤄질 때 문화와 역사는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숱한 이들이 외치는 창조도시는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판단되어야 하는지를 얘기한다. 또한, 문화지구의 사회경제학을 따져보면서, 과연 문화가 창조의 요람인지 아니면 상업화의 도구에 불과한지도 묻고 있다.
2장에서는 네 개 도시의 실례를 소개한다. 서울 곳곳에 조성된 예술창작공간과 부산 원도심에 마련된 창작공간 ‘또따또가’를 통해 서울과 부산의 예술공간 조성정책이 남긴 성과와 남겨진 과제를 짚어보는가 하면, 대구와 인천에서 문화도시 만들기에 힘쓰고 있는 활동가들의 입을 빌려 이 두 도시의 도시문화정책도 함께 살펴본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경험은 개별적으로도 많은 의미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의 도시문화 전략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는 장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앞서 살펴본 이야기들을 통해 도출할 수 있었던, 문화와 도시를 아우르는 도시문화전략의 미래를 논한다.
이 책의 부제에는 ‘창조적 공동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여기 실린 글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앞으로 지향해야 할 도시문화정책의 방향이다. 단기적 성과만을 목표로 하는 문화개발주의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의 소통과 협력이 우선될 때 비로소 가능한 모습이다. 이 책과 함께 이름뿐인 창조도시를 넘어서 진정한 창조적 공동체로 가는 길을 고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