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제38회 한국건축가협회상 결과가 발표됐다. 수상작은 다섯그루나무(정영한정영한 아키텍츠), 다음스페이스 닷 투(유걸주. 아이아크 건축사사무소), 도천 라일락집(정재헌경희대학교),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관정관(유태용주. 테제건축사사무소), 아이뜰 유치원(손진주. 이손건축 건축사사무소), 제주 베이힐 풀앤빌라(김동진주. 로디자인), 주. HK도약관(임재용주. 건축사사무소 오씨에이)이다.
올해는 57개의 작품이 출품됐으며, 김인철주.아르키움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7인의 심사진(김준성건국대 전문대학원, 이충기서울시립대학교, 조남호주.솔토건축, 이민아협동원건축사사무소, 김성홍서울시립대학교, 인의식주.연미건축, 박제유주.제이유건축)이 세 단계의 평가를 거쳐 최종 수상작을 선정했다.
‘다섯그루나무’는 적산가옥, 슬레이트집, 다가구 등 다양한 유형의 주거가 각기 다른 스케일로 존재하는 부산 구도심에 들어선 게스트하우스다. 이러한 장소성을 지키기 위해 작은 규모로 매스를 분절하되 매스마다 다른 재료를 사용해 획일적 경관에서 탈피하고 있다. 치밀한 프로그램 기획과 극소공간에 대한 과감한 실험은 한국의 도시맥락에서 ‘작은 건축’의 임계점을 실현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도상봉 화백의 기념관 겸 그 후손들의 살림집인 ‘도천 라일락집’도 명륜동의 복잡한 주택가에 자리한다. 간결하면서도 오브제성 강한 이 집은 도로로부터 등을 돌려 앉음으로써, 무질서한 풍경 속에 존재감 없는 배경이 되며 동시에 무표정한 동네에 생기를 부여한다.
도심지에서 담을 두지 않고도 주변과 공생하는, 독립적 주거공간의 좋은 사례다.
‘제주 베이힐 풀앤빌라’는 구릉지라는 입지적 특성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경사지에 순응하는 분산형 배치, 객실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각도와 프레임으로 풍경을 담아내는 공간적 장치, 이를 실현한 좋은 재료와 수준 높은 디테일까지 모든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음스페이스 닷 투’는 제주도라는 비도시적 맥락에 놓인 사무공간으로, 주변 환경과 IT 기업의 특성을 살려 ‘내가 있는 곳이 내 사무실’이라는 컨셉 하에 어디서든 업무가 가능한 공간을 제시한다. 단순히 업무에 필요한 공간을 마련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업의 조직적 변화를 수용하는 유연한 공간을 제시함으로써, 저층 오피스의 대안적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주. HK도약관’은 전작과는 또 다른 유형의 업무공간인 ‘공장’이다. 지금까지 공장이 도시의 흉물로 여겨졌던 이유는 공장 건축에서 기능과 효용 이상의 가치를 간과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건물은 경사지에 순응한 배치와, 중정과 복도 등 자연을 내부공간과 연결시키려는 장치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이 작업이 제시한 인간 중심의 작업공간, 단순한 기하학적 질서, 경제적 재료는 산업시설도 가치 있는 건축 유형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또 다른 증축 사례인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관정관’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 옛 도서관을 보존하고자, 기존 건물 위에 새 건물을 띄우는 과감한 시도를 한 작품이다. 그 결과 신구의 공존, 기존 질서에 대한 존중, 길이 165m, 폭 30m의 거대한 매스를 들어 올리는 구조적 실험까지, 모든 면에서 인상적 해법을 제시한 완성도 높은 건물이라는 평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경기도 수지, 신도시 개발 도중 남겨진 구릉지에 들어선 ‘아이뜰 유치원’은 경사에 대응하는 치밀한 단면 구성과, 45도로 틀어진 매스가 만들어내는 풍부한 공간감이 인상적인 수작이다. 특히 노출 콘크리트의 기단부, 백색 스테인을 뿌린 상부의 시멘트 벽돌, 검은색 강판, 유공 블록은 서로 대비되면서도 주변 경사지와 녹지를 압도하지 않는 은은하게 정제된 외피가 된다. 그 결과 유치원은 유아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면서도, 어린이와 학부모 모두에게 만족을 준, 새로운 유형의 교육공간과 놀이터를 만들어낸 사례다.
이렇듯 올해 수상의 영예를 안은 작품들은 용도나 규모, 모든 면에서 스펙트럼이 넓다. 이들처럼 각자에게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한 건축물들이 늘어가고 그 건물들이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아, 우리 삶의 질과 한국 건축문화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사진제공 / 사.한국건축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