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서울시 곳곳을 빛낸 건축물에 수여하는 2016 서울시 건축상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대상인 ‘구산동 도서관 마을’을 비롯한 총 20 작품이다.
서울시 건축상은 건축물의 용도와 규모와는 관계없이 건축의 공공적 가치를 구현하여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기여한 건축물을 선정하여 건축가와 건축주를 시상하는 상이다. 지난 34년간 지속되며 명실공히 서울시 건축분야 최고 권위의 상으로 자리 잡은 만큼, 총 68 작품(신축 53 작품, 리모델링 15 작품)이 접수되어 열띤 경쟁을 벌였다. 올해는 대형건축물보다 마을, 골목과 어울리는 작은 건축물로 도시와 조화를 이룬 작품들이 주로 돋보였다.
임재용오씨에이 건축사사무소, 승효상이로재, 전 서울시 총괄건축가, 배형민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김정임서로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정재헌경희대학교 교수 등 총 5인의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진은 1차 서류심사를 통해 19작품을 선정하고, 이후 현장심사를 거쳐 10작품을 최종 후보에 올렸다. 지난, 9월 21일 대상 1작품, 최우수 4작품, 우수상 14작품, 시민공감특별상 5작품을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영예의 대상은 주. 디자인그룹오즈건축사사무소의 ‘구산동 도서관 마을’에 돌아갔다. 도시 뒷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택지의 다가구 주택과 단독 주택을 도서관으로 탈바꿈한 작품이다. 지역 커뮤니티 센터를 원했던 주민들의 요구로 시작되어 은평구가 10개의 필지를 매입하고 그중 3동(다가구 주택 2동, 다세대 주택 1동)의 건물을 건축가가 맡게 된 것이다. 미로처럼 얽혀있는 주택의 방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한 결과, 기존 방 구성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이를 단순하게 2개의 복도로 연결했다. 안방이 열람실이 되고, 건물 사이의 비좁던 골목이 복도가 되고, 거실이 토론방이 되어 도서관 안에 과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오래된 벽돌벽을 그대로 남겨두어 실내에 있으면서도 바깥에 있는 듯한 도서관은 기존 도시 조직을 그대로 살리면서 주민에 필요한 적절한 규모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잘 담아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최우수상은 주. 건축사사무소 에스에스에이아이SSAI의 ‘어쩌다 가게@망원’, 주. 종합건축사사무소 연미건축의 ‘주. 경농사옥’, 주. 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의 ‘홍현.북촌사이’, 건축사사무소 몰드프로젝트의 ‘불암골 행복발전소’ 등 네 작품이 선정됐다.
첫 번째 최우수상인 주. 건축사사무소 에스에이에이아이의 ‘어쩌다 가게@망원’은 망원시장 근처 한적한 골목길에 자리한 상가건물이다.
‘어쩌다 가게’는 건축가가 기획한 공동 임대 사무 공간 프로젝트로, 동교점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2호점을 짓게 된 것이다. 넉넉지 않은 사업비에 입주자들의 임대료를 고려하여 저렴하면서도 좋은 환경의 장소를 찾던 중 시장 뒷골목을 선택하게 됐다. 11개의 상점과 5개의 사무실이 들어서는 건물은 입주자 간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에 주목했다. 복작거리는 시장통처럼 촘촘히 들어선 공간들 중심에는 골목길에서부터 자연스레 이어지는 동선이 있고, 지하부터 최상층까지 스킵플로어를 따라 공간이 쌓이며 골목길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간에는 내부 마당과 각종 행사를 열 수 있는 공유 공간이 자리한다. 입주자들은 내부 공간을 직접 꾸미고 채워 골목길 풍경을 만든다. 건물 안에 도시를 품고 있는 셈이다.
다음 수상작인 주. 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의 ‘홍현_북.촌.사.이’는 북촌마을 속, 정독도서관 남측 출입구 부근에 지어진 주민편의시설로 공중화장실, 관광안내소 및 갤러리이다. 도서관의 부지 높이가 인근 대지보다 높고 한 개의 출입구만으로 진입하는 닫힌 구조 때문에 마을과의 관계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마을에 인접한 기존 옹벽을 허물어 단절된 정독도서관과 북촌마을 간의 접근성을 높이고, 주민에게는 필요한 문화 공간을 제공한다. 2m에 달하는 대지 고저 차의 경계를 완충하기 위해 쉼터를 만들어 안과 밖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 도서관의 공공성을 활성화한다.
건축사사무소 몰드프로젝트의 ‘불암동 행복발전소’는 아파트단지들과 불암산 사이에서 겨우 남아 있는 저층 주거지에 들어선 지역아동센터다. 건물은 격자로 놓인 아파트 단지 사이로 별 모양의 부정형 대지에 자리한다. 대게 이런 사이 공간은 마을 텃밭이나 소공원으로 조성되는 경우가 많지만, 방치된 부지를 살려 인근 거주자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센터는 두 개의 탁아 교실, 주방과 식당, 사무실, 북 카페 등으로 구성되며,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데에도 힘쓴다. 각각의 프로그램들이 마치 작은 집들이 골목길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모여 있고 복도는 동네 사람들만이 알고 있던 지름길이 되었다. 주거지에 친근한 목재와 돌로 외벽을 마감하여 신축건물이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있었던 집처럼 동네의 풍경에 잘 스며든다.
마지막으로 주. 종합건축사사무소 연미건축이 설계한 ‘주. 경농사옥’은 친환경을 바탕으로 한 선진화된 농촌의 환경과 도시녹화사업을 펼치는 주식회사 경농의 신사옥이다. 회사의 정체성을 담아 건물에 친환경 시스템을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자연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여 사용자들이 기업이 추구하는 바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남과 북으로 높은 건물에 가로막혀 유일하게 서쪽 면만 조망과 채광이 가능해, 외부 입면을 3.5m x 3.5m 크기의 정육면체 형태로 나눈 뒤 넣고 빼내어 계단식 인공 조경을 만들었다. 계단처럼 보이는 입면은 1층 건물 앞에 있는 자작나무 숲 조경이 옥상까지 이어진다. 시각적으로 자연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사용자들이 어느 층에 있든지 자작나무가 만들어내는 공기, 그림자, 그리고 빛을 느낄 수 있다. 황량한 도시 환경 속에 최대한 자연을 심어 새로운 도시 풍경을 만들어 보려는 건축가의 의지가 돋보인다.
한편, 시는 전문 심사진의 심사와는 별개로 시민 투표를 진행하여 5작품의 시민공감특별상 수상작을 발표했다. 총 2,111명이 투표한 결과 ‘육군사관학교 종교교육 및 복지시설’, ‘다락다락 근린생활시설’, ‘뮤지스탕스’, ‘고덕119안전센터’ 그리고 최우수상 수상에 이어 2관왕이라는 기염을 토해낸 ‘어쩌다 가게@망원’이 선정됐다. 건축상 수상자(설계자)에게는 서울시장 표창이, 건축주에게는 건축물에 부착하는 기념 동판이 수여된다. 주어진 조건에서 건축의 공공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 대가로 주어지는 이 상을 통해 앞으로도 서울의 변화에 앞장서는 모범답안 같은 건물이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글 / 이지민 기자, 사진제공 /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