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매년 천천히 움직이는 ‘돌밭’…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다

2025년 11월 10일

제주도 남쪽의 한 외딴 마을. 바람만이 들릴 듯한 이곳에서 매년 조금씩 위치가 바뀌는 신비한 돌밭이 있다.
현지 주민들은 수십 년째 그 변화를 지켜보고 있지만, 그 누구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과학자들조차 머리를 싸매게 한 이 기현상은, 이제 제주도의 새로운 미스터리로 떠올랐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움직이는 돌들

이 ‘움직이는 돌밭’은 제주시 한경면 근처에 위치한 바다와 인접한 초지대에 있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 현무암 돌무더기처럼 보이지만, 매년 겨울이 지나고 나면 돌들의 위치가 미세하게 달라져 있다.
어떤 돌은 몇 센티미터, 어떤 돌은 심지어 수 미터씩 이동한 흔적을 남긴다.

어릴 때부터 봐왔지만, 돌들이 조금씩 달라져요.
아무도 손대지 않았는데, 매년 모양이 바뀝니다.

한경면 주민 김도현(72세)

돌들은 일정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일부는 마을 쪽으로, 일부는 바다 쪽으로 이동하며, 매년 그 패턴도 달라진다.

과학자들도 설명 못 하는 ‘자연의 수수께끼’

처음에는 지질학자들이 지반 침식이나 바람, 해류의 영향을 의심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조사 결과, 돌들이 움직이기에는 바람의 세기나 땅의 경사도가 너무 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다가 돌밭 아래에는 뚜렷한 지하수 흐름도 없었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의 한 연구팀은 드론과 위성 영상을 이용해 지난 7년간 위치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돌들은 매년 평균 3.4cm씩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특히 비가 많이 오는 해에는 그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현상은 단순한 풍화 작용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돌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패턴을 보입니다.

이정훈 교수, 서울대학교 지질학 연구팀

민속과 전설이 얽힌 ‘돌의 영혼’

지역 주민들에게 이 돌밭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돌의 혼이 살아있는 땅’**이라 불리며, 신성한 장소로 여겨졌다.
옛 기록에 따르면 이곳은 수백 년 전 마을 수호신을 모시던 제단터였다고 한다.

어떤 노인들은 돌이 움직이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돌에는 조상들의 혼이 깃들어 있어요.
그들이 계절마다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겁니다.

이 믿음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돌밭에 손을 대거나, 돌을 옮기는 일을 절대 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이들이 돌 위에 올라가는 것도 금기시된다.

가능한 과학적 가설들

전문가들은 여전히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지만, 몇 가지 유력한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 지하의 미세한 지반 진동: 제주도 특유의 화산지층이 작은 이동을 반복시키는 현상일 수 있다.
  • 계절별 수분 팽창 작용: 비가 많이 오는 여름, 현무암의 수분 흡수로 인해 미세한 팽창과 수축이 일어나 돌이 움직일 수 있다.
  • 지하 공기압 변화: 마그마 활동의 잔류 열기가 지하 공기를 팽창시켜 돌의 위치를 조금씩 밀어낼 가능성.

하지만 이 중 어느 것도 확실히 입증되지는 않았다.
모든 분석 후에도 돌밭의 움직임은 여전히 **‘자연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제주의 숨은 신비, 계속되는 관찰

현재 제주도는 이 지역을 지질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정밀 관측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연구진은 향후 10년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이 현상의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돌이 움직이는 건 살아 있다는 뜻이지요.
그건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예요.

마을 어르신 오미자(84세)

돌은 오늘도 조용히, 아주 느리게 움직인다.
누구도 그 이유를 모른다.
그러나 그 미묘한 움직임 속에는, 자연이 숨 쉬는 리듬과 지구의 생명력이 깃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김 지훈

김 지훈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을 담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다양한 도시에서 경험을 쌓으며 건축 저널리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C3KOREA에서는 건축 비평과 인터뷰를 주로 담당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세계 건축의 맥락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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