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과 숲에 흔한 ‘이것’… 우리가 모른 채 밟는 ‘거의 1,000유로’짜리 보물

2025년 11월 02일

숲과 정원의 푸른 그늘 아래, 우리가 무심코 밟고 지나치던 작고 여린 식물이 있다. 바로 맥주의 핵심 재료로 알려진 에서 돋아나는 홉 순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홉을 맥주 향미의 상징으로만 알지만, 이 지면 속에서 돋는 순은 미식가들 사이에서 봄의 사치로 통한다.

희귀함이 만든 맛과 가격

홉의 꽃은 양조가의 보물이라면, 여린 순은 미식가의 비밀스러운 진미다. 갓 올라오는 홉 순은 아스파라거스를 떠올리게 하는 식감과 은은한 쓴맛, 그리고 입안을 감도는 고소함이 공존한다. 벨기에에서는 이를 “북쪽의 트러플”이라 부르며, 특히 네덜란드의 미식계에서는 1킬로그램에 1,000유로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홉 순의 조리는 단순함이 핵심이다. 버터에 가볍게 소테하거나, 미지근한 포치로 식감의 미세한 결을 살리면 순의 미묘한 향미가 살아난다. 눈으로 보기엔 소박하지만, 수확 과정의 노동집약성이 이 작디작은 채소를 값비싼 계절의 보석으로 만든다.

손으로 찾고, 손으로 거두는 산물

각 순의 무게는 고작 1그램 안팎이며, 그중에서도 윗부분 3센티미터만이 부드럽고 식용에 적합하다. 나머지는 금세 목질화되어 질겨지기에, 수확자는 한 줄기씩 손으로 확인하며 껍질을 벗겨 여린 속살을 찾아낸다. 세계적으로 바이에른, 벨기에, 알자스 같은 전통 재배지 몇 곳만이 상업적 재배를 이어가고, 숲과 둑길에서는 야생 순이 채집가들의 진짜 표적이 된다.

산책길의 울타리 밑이나 정원의 가장자리, 숲의 그늘진 경계에서 자주 보이지만, 우리는 흔히 이를 잡초로 오해한다. 사실 이 순을 알아보는 은 경험에서 오고, 지난해 홉 꽃이 맺혔던 위치를 기억하는 기억력이 큰 도움이 된다.

야생에서 알아보는 법과 안전

홉은 땅에서 덩굴을 올리며 자란다. 어린 순은 연녹색에서 백색까지 색이 다양하고, 특히 흙 속에서 빛을 덜 받은 백색 순이 향과 연함에서 한층 귀하다. 잎을 살짝 젖혀 속을 들여다보면 매끈하게 광택이 도는 여린 줄기가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채집의 신호다.

  • 주변의 유사 식물과 혼동을 막기 위해, 지난 해의 홉 송이 자리와 덩굴 흔적을 먼저 확인한다.
  • 식용 가능한 윗부분만 수확하고, 나머지는 식감이 떨어지므로 과감히 제외한다.
  • 도로변이나 오염이 우려되는 지역은 피하고, 깨끗한 숲 가장자리를 선택한다.
  • 첫 조리는 버터 소테올리브유 살짝 익히기로 순의 섬세함을 체험한다.
  • 지역의 채집 규정보호 구역 여부를 확인해 지속가능성을 지킨다.

접시에 담기는 북방의 트러플

홉 순은 가벼운 레몬 제스트파르메산 약간, 혹은 수란을 얹어 먹으면 기가 막힌 조화를 보여준다. 약간의 쓴맛견과류 같은 끝향이 버터의 고소함과 만나면, 짧은 봄의 시간이 접시 위에 응축된다. 이때 과도한 양념은 피하고, 순 자체의 단맛과 흙 내음을 전면에 세우는 것이 좋다.

“한 줌의 **홉 순**은 한 계절의 **빛**과 **그늘**을 고스란히 담는다. 그래서 더 **적고**, 그래서 더 **값진** 것이다.”

발밑의 보물, 다르게 보기

우리는 종종 이 여린 새순발밑에서 짓밟으면서도 그 가치를 깨닫지 못한다. 특히 이른 시즌의 백색 순은 햇빛을 덜 받아 엽록소가 적고, 그만큼 부드러움향채의 균형이 뛰어나다. 다음에 숲을 걸을 때, 평범한 저층 식생 속에 숨은 이 녹색 금을 한 번 떠올려 보자.

홉 순을 직접 채집해 식탁에 올려도 좋고, 제철에만 잠깐 만날 수 있는 레스토랑 메뉴로 경험해도 좋다. 중요한 건 자연이 선물하는 겸손한 풍요를 알아보고, 존중하는 태도다. 우리 곁의 정원은 생각보다 더 많은 맛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김 지훈

김 지훈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을 담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다양한 도시에서 경험을 쌓으며 건축 저널리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C3KOREA에서는 건축 비평과 인터뷰를 주로 담당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세계 건축의 맥락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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