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은퇴 교사가 집을 정리하고 모든 소유물을 처분한 뒤, 크루즈선에서 상시 거주하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택한 새 삶은 놀랍게도 육지보다 저렴했고, 동시에 돌봄·여가·안전을 모두 포함하는 방식이었다. 77세 샤론 레인은 “내가 원하던 일상을, 더 적은 비용으로, 더 큰 자유와 함께 산다”고 말한다.
바다 위 거주가 ‘더 싸다’는 역설
샤론은 세계 최초의 상시 운항형 크루즈인 Villa Vie Odyssey에서 장기 거주를 택했다. 기본 초기 비용은 내부형 캐빈 129,999달러, 월 운영비는 최소 3,000달러 수준으로, 이 안에 식사, 음료, 청소·세탁, Wi‑Fi, 활동 프로그램, 선내 시설 이용이 모두 포함된다. 같은 금액으로는 육지에서 주거비, 공과금, 차량비를 감안할 때 유사한 삶의 질을 재현하기 어렵다는 게 그녀의 계산이다.
- 포함 혜택: 전식 제공, 맥주·와인, 하우스키핑, 세탁 서비스, 무선 인터넷, 일일 액티비티, 수영장·헬스·라운지 등
- 추가 절감: 차량 유지비 무(無), 보험료 축소, 마트 장보기 감소, 가사노동 외주 불필요
“여기서 이렇게 사는 게 실제로는 더 적은 돈이 들어요. 모두가 나를 돌봐주니, 내가 모두를 돌보던 삶과는 완전히 달라졌죠.”
숫자로 보는 생활비의 전환
육지에서는 월세 또는 대출 상환, 관리비, 수도·전기·가스, 인터넷, 쓰레기 처리비, 보험료가 누적돼 지출이 팽창한다. 게다가 식료품비, 외식비, 가사도우미 비용, 차량 감가까지 더하면, 실제 월간 총비용은 표면 금액을 크게 상회하기 쉽다. 반면 크루즈 올인클루시브 구조는 지출을 한데 묶어 예측 가능하고, 규모의 경제로 체감 단가를 낮춘다.
샤론의 계산표에서 핵심은 “누락된 비용”이다. 집 수리 같은 돌발 지출, 교통 체증의 시간 비용, 안전·치안에 대한 불안 비용이 바다 위에선 대폭 축소된다. 비용만 줄인 게 아니라, 불확실성 자체를 관리 가능한 고정값으로 바꿨다는 점이 크다.
‘집안일’이 사라진 하루
그녀가 가장 강조한 변화는 돈이 아니라 시간이다. 집을 떠난 뒤 잔디 깎기, 배수구 점검, 가스 누수, 쓰레기 배출, 정기 청소 같은 비가시적 노동이 사라졌다. 이제 하루는 독서, 수영, 문화 프로그램, 새 항구 산책처럼 즐거운 활동으로 채워진다.
- 사라진 일상: 장보기, 식사 준비, 설거지, 빨래, 차량 운전
- 새로 얻은 것: 관계의 여유, 취미 몰입, 규칙적 운동, 수면의 질
“재미없는 일을 종이에 쭉 적고 싹 지워보세요. 남는 게 지금 우리의 일상이에요.” 그녀의 이 말은 비용보다 가치를 중심으로 삶을 설계하라는 메시지다.
15년 항해, 그리고 가족의 동의
Villa Vie Odyssey의 여정 기간은 15년으로 설계됐다. 고령의 결정이니 만큼 가족의 우려가 있을 법하지만, 아이들과 손주들은 오히려 전폭 지지를 보냈다. “나는 캐빈을 샀고, 그곳에 살고, 그게 끝이에요. 그리고 이 여정은 끝이 없죠.”라는 그녀의 말에 가족은 안정성, 의료 접근성, 커뮤니티 측면의 합리성을 납득했다.
샤론은 규칙적인 의료 동반, 24시간 보안, 승무원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심리적 안전감을 중요한 자산으로 꼽는다. 이는 고립을 줄이고, 예측 가능한 지원 체계를 보장해 노년의 리스크를 완화한다.
주거 위기에 대한 대안 시나리오
캘리포니아 같은 고비용 지역의 임대료와 주택 가격은 은퇴자의 현금흐름을 압박한다. 그에 비해 크루즈 정액형 모델은 비용·서비스·안전을 묶음으로 제공해 가성비와 생활 품질을 동시에 확보한다. 특히 노후 자산을 집에 묶어두지 않고, 현금화해 경험 중심으로 재배분하는 선택은 새로운 재무 전략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방식은 항구 순환, 선내 문화 적응, 지상 네트워크와의 거리 같은 트레이드오프를 동반한다. 그러나 샤론 사례는 서비스 일체형 주거가 주거 불안, 비용 변동성, 가사 부담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고, 그 우선순위에 맞춰 예산과 시간을 재구성하는 일이다.
샤론 레인의 선택은 절약을 넘어 재설계된 자유에 관한 이야기다. 바다 위에서 그녀는 돈의 쓰임, 시간의 방향, 관계의 밀도를 새롭게 정의했다. 그리고 그 결론은 단순하다. “더 싸게, 더 가볍게, 더 풍요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