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 거인의 실체를 드러낸 발굴
인도 구자라트의 파난드로 갈탄 광산에서 나온 화석이 전 세계 과학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연구팀은 총 27개의 척추뼈를 수습했으며, 표본은 약 4천7백만 년 전 에오세 지층에서 확인되었다. 이번 주인공인 거대 뱀 바수키 인디쿠스(Vasuki indicus)는 길이가 최대 15미터에 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는 현존 어떤 뱀보다도 압도적이다.
길이는 어떻게 추정했나
연구진은 척추뼈의 가로 폭과 형태학적 비율을 정밀 분석해 개체의 전장을 환산했다. 추정 범위는 약 11~15미터로, 오차를 고려하더라도 기록적 규모임이 분명하다. 결과는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되어, 고생물학과 척추동물 진화 연구에 중요한 지표를 더했다.
해부학과 생활사: 땅 위의 매복자
바수키 인디쿠스는 멸종한 맛초이과(Madtsoiidae)에 속하며, 현대의 비단뱀과 아나콘다와 먼 친연을 지닌다. 몸통은 두껍고 원통형으로, 물속 생활을 암시하는 편평한 몸이 아닌 육상 포식에 적합한 설계를 보여 준다. 학자들은 이 거대한 뱀이 매복 후 조임(constriction)으로 먹이를 제압하는, 오늘날 대형 교살성 뱀과 유사한 사냥 전략을 썼을 가능성을 높게 본다.
따뜻한 지구, 무성한 숲
에오세는 평균 약 28°C에 달하는 온난 기후가 지속되던 시기였다. 이런 조건은 우거진 숲과 풍부한 먹이망을 유지해, 바수키 같은 초대형 파충류가 성장하고 번성할 서식지를 제공했다. 높은 기온, 안정적인 강수, 그리고 넓은 저지대 습윤림이 거대화를 촉진하는 생태적 배경으로 지목된다.
남겨진 수수께끼
아직 근육 구조, 정확한 식단, 행동권 같은 핵심 요소는 불분명하다. 연구팀은 화석의 탄소·산소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체온 조절, 서식 환경, 먹이원을 재구성하려 한다. 추가 발굴과 미세 CT 기반의 내부 구조 복원이 진행되면, 바수키의 성장 속도와 수명, 개체군 동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그림이 가능해질 것이다.
과학적 의미와 파장
이번 발견은 뱀의 거대화가 어떤 기후-생태적 창에서 가능했는지에 대한 실증 자료를 제공한다. 더불어 대형 포식자가 생태계 정점에서 수행한 역할, 그리고 포유류-파충류 상호작용이 환경 변화에 따라 어떻게 재편되는지를 탐색할 단서가 된다. 특히 맛초이과의 계통 분기와 지리적 확산을 재평가하는 촉매가 될 전망이다.
현장 연구자의 목소리
“이 화석은 단지 ‘크다’로 요약될 수 없습니다. 그 크기를 가능케 한 기후, 숲, 먹이, 그리고 진화의 압력까지 함께 보여 주는 ‘생태의 퍼즐’입니다.” — 현장 조사에 참여한 한 고생물학자의 소감
핵심 포인트
- 발견 지점: 인도 구자라트 파난드로 갈탄 광산에서 출토된 27개 척추뼈
- 지질 연대: 에오세, 약 4천7백만 년 전
- 추정 길이: 약 11~15미터, 사상 최대급 뱀
- 분류: 멸종 계통 맛초이과(Madtsoiidae), 교살성에 가까운 육상 포식자
- 발표: 저널 Scientific Reports, 형태 계량 기반 길이 추정
숫자 너머의 이야기
오늘의 기록은 운 좋은 발굴의 산물이 아니라, 층서학, 형태학, 지화학이 교차하는 통합 연구의 성과다. 현장에서의 정밀 문맥 기록, 실험실의 계측 표준화, 자료의 보존·공유가 맞물릴 때, 화석은 숫자 데이터를 넘어 살아 있던 생명의 맥락을 말해 준다. 바수키 인디쿠스는 그 맥락성을 웅변하는 증거다.
앞으로의 질문
다음 단계의 연구는 몇 가지 핵심 쟁점을 겨냥한다. 첫째, 척추뼈의 형태 변이를 이용한 개체 연령 추정의 정밀화. 둘째, 미세마모와 동위원소 서명을 결합한 식성 복원. 셋째, 동시대 포유류상과의 생태 네트워크 모델링을 통한 에너지 흐름 추정이다. 이 퍼즐이 맞춰질수록, 우리는 거대 뱀의 세계만이 아니라, 지구 시스템이 온난화 국면에서 생물을 어떻게 변형시키는지를 더 명료하게 보게 될 것이다.
끝나지 않은 경이
바수키 인디쿠스는 과거의 거대함이 단지 우연이 아니었음을 일깨운다. 기후, 생태, 진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생명은 때때로 상상을 넘어서는 형태로 응답한다. 아직 남은 빈칸은 많지만, 바로 그 여백이 다음 발견을 부르고, 새로운 질문을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이, 다시 우리를 현장과 시대 너머의 진실로 이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