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건축가. 너무도 다른 분야의 두 전문가는 어떠한 교감을 나누어 자연을 닮은 공간, 살아있는 건축을 만들었을까.
이 책은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강원도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인 이시형 박사와 힐리언스 선마을 2차 설계를 맡았던 건축가 김준성이 건강한 공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구현해내는 전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따라서 책에는 선마을을 증축하며 생긴 고민과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공간에 담아낸 철학이 그대로 드러난다.
보통 우리는 태양열과 지열과 같은 대체 에너지, 재생 가능한 자재를 사용한, 그래서 인체에 무해한 건축을 ‘자연 친화적인 건축’이라 부른다. 하지만 사실 이는 기술에 기대어 환경을 치유하겠다는 뜻에 지나지 않는다.
건축가는 진정으로 자연 친화적인 건축과 삶에는 추울 때 춥고, 더울 때 더운 일상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연에 대한 겸손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인간의 자율의지는 그다지 강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의도된 불편함’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이를테면 운동하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도 자연스레 걸을 수밖에 없는 공간을 만들거나,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들이 잠시라도 이를 멀리하도록 전파가 닿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인간과 자연이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는 식의 행위를 일컫는다.
의사는 자연과 닮은 공간, 현대인의 피로한 뇌를 쉬게 할 수 있는 공간, 흙을 통해 대지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바람이 통하는 공간, 그리고 해와 달의 에너지를 담은 건강한 공간의 조건을 말한다. 이어서 건축가는 자연적 요소를 포함한 공간을 구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다양한 예시를 들어가며 독자가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의사와 건축가의 입장에서 쓴 책이라면 어려운 전문용어와 설명이 많을 법도 한데, 이 둘도 서로의 분야에 대해선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책은 결국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쓰여졌다.
반드시 황토로 벽을 세우거나, 값비싼 친환경 페인트를 칠한다고 건강한, 혹은 자연을 닮은 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두 저자는 꼭 새집을 짓지 않더라도 우리가 머무는 공간이 우리의 더 나은 건강을 위한 힐링 공간으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과 개선방법을 제안한다.
이 책을 통해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 소리, 대지를 뜨겁게 달구는 한여름의 태양, 코끝이 얼얼할 만큼 매서운 겨울바람까지 사랑하고 함께하려는 마음을 배워 자연을 닮은 공간에서 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