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자
경상도
작은 공원 한쪽에 놓여 삼삼오오 이야기 꽃을 피워내는 이름 없는 쉼터부터, 오랜 세월 우리 역사 속에 이름을 남겨온 남산 팔각정, 경복궁 향원정, 창덕궁 애련정, 밀양 영남루까지, 모두 ‘정자’라 불리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어봤음직한 남산 ‘팔각정’을 한번 떠올려 보자. 팔각형 모양에 빙둘러 팔방이 트여 있고 바닥에는 마루가 깔려 있다. 형형색색의 단청에 지붕엔 화려한 장식품까지. 그럼 팔각정은 ‘우리’ 정자일까? 놀랍게도 아니다. 실은 중국의 정자에 가깝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자는 어떤 정자일까?
건축을 전공한 문화재 관련 기술자, 건축사, 전문직공무원, 교수 등으로 구성된 한국건축답사모임인 목심회 회원 19명이 여러 해에 걸쳐 경상도 지역의 정자를 답사하며 도면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정자의 건축적 특징을 분석했다. 배치도와 평면도를 새로 그렸고, 경우에 따라 가구 구조도를 추가하기도 했다. 경관과 세부 구조를 파악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구도의 사진을 찍고,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도 그렸다. 이렇게 경상도 지역의 정자 193동을 담은 <우리 정자 – 경상도>가 완성됐다.
‘정(亭)’은 ‘언덕’이라는 의미와 ‘집’이라는 의미의 두 글자가 결합돼 만들어진 한자이다. 따라서 우리가 생활하는 일반적인 집과 달랐음은 확실하다. ‘자(子)’는 조사로 쓰인 것인데 보통 ‘정’을 명명할 때는 조사를 붙여 ‘정자’로 부른다. 대부분의 한자 사전에는 ‘정(亭)’의 훈과 음을 ‘정자 정’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관람하는 곳’으로 정의하고 있다. – 11쪽에서
책의 서두에 건립 주체와 목적, 평면 형태, 입지에 따라 정자를 구분, 분석해 글과 도표로 정리했다. 다음으로 각 정자를 소개하는 장이 이어진다. 첫 장에는 위치, 구조 형식, 건축 시기 등의 개요와 정자의 입지를 알 수 있는 배치도, 평면 유형을 알 수 있는 평면도, 건립 당시 인문적 함의를 알 수 있는 당호 현판을 담았다. 다음 장에서는 건립 시기, 목적, 변천 과정, 구조적 특징과 같은 객관적 정보를 소개한다. 이어서 글에서 설명한 특징적 부분을 알 수 있는 사진과 자세한 사진 설명, 접합 상세도 등을 실었다. 각 정자의 공간적, 기술적 특징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편집이다. 공간 전체를 보기 좋고 멋지게 담은 사진보다는 구석구석 눈에 띄는 결구법이나 부재를 사용한 곳, 이음과 맞춤을 설명 할 수 있는 곳, 그 정자에서만 볼 수 있는 장식이나 시설, 건축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진을 촘촘히 배열해 우리 정자의 참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정자의 배치도와 평면도는 모두 새로 그려 연구와 학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책의 맨 마지막에는 총 193동 정자를 지역, 명칭, 규모, 평면 구성, 온돌 수, 구조, 건립 시기, 건립 주체, 성격, 입지 등에 따라 표로 정리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