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자신의 집을 꿈꾼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꿈꾸는 것은 집을 ‘짓는’일일까 아니면 ‘가지는’일일까.
이 책은 어느 평범한 엄마의 집짓기 이야기다. 예순이 넘은 시골 엄마와 마흔 줄에 들어선 인문학자 딸이 난생처음 집을 지으면서 맞닥뜨리게 된 이야기들이다. 집은 있었지만, 자신만의 따뜻한 삶의 장소를 가지지 못했던 엄마가 정말로 집을 가져야겠다고 결정하면서 시작된 이야기다.
그러나 집짓기 과정을 담은 여느 책과는 달리, 집을 지으려면 얼마가 드는지, 어떻게 지어야 예쁜 집이 되는지 등의 썩 참고할만한 정보는 없다. 다만 집을 잘 지음으로써 어떻게 우리의 삶이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지, 그들의 경험을 통해 보여준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모녀의 설계에서 주인공은 ‘집’이 아니라 ‘삶’이었기 때문이다. 웅장한 이층집도 지우고 화려한 정원도 지운 채, 오로지 그 안에 엄마와 엄마의 남은 삶만을 채워넣은 집이었던 까닭이다.
저자인 딸은 그 집에서의 엄마의 모습, 엄마의 걸음, 엄마의 시선, 엄마의 감정이 어떨지 상상하는 것이 집을 짓는 데 제일 중요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연이 없는 것들은 과감하게 버리기도 했다. ‘살고 싶은 집’을 떠올리다 보면 소망을 떠올려야 했고, 그 소망은 또다시 상처와 맞닿아 있음도 알게 됐다. 그러므로 집짓기는 잊고 있었던 과거와 맞닥뜨리는 일이자 자산의 숨겨진 내면을 끄집어내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과거가 없는 것들은 결코 새 집에 들이지 않았다. 이렇게 새집은 과거를 껴안은 채 현재라는 반석 위에 미래를 꿈꾸면서 지어진 것이다.
이처럼 특별하지 않은 집을 특별하게 지으면서 조연으로 있던 가족들은 하나둘, 삶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게 됐다. 저자는 그렇게 엄마와 집짓기가 관계, 그리고 지난 인생을 리모델링 하는 일이었다고 고백하듯 전한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집에서 삶을 잃었다. 단지 가지고만 있으면 매일매일 돈을 벌어다 주는, 가장 좋은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매김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집은 다시 달라지고 있다. 길어진 삶에 대비해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소박한 삶, 이를 가능케 하는 따듯한 집을 꿈꾸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가는 추세다.
집을 짓고 싶은 이던 가지고 싶은 이든, 이제는 황금알을 낳아주던 집이 아니라 집다운 집을 만나길 바란다.
오랜 방황을 끝마치고 마침내 제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는 우리들의 ‘집’을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