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지민 기자
지난 1월 13일, 하얏트 재단은 칠레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냐Alejandro Aravena를 2016년 프리츠커상의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아라베냐는 칠레 건축가로는 최초, 남미권에서는 네 번째 수상자가 됐다.
사회 참여형 건축가로 알려진 그는 사회적이고, 인본주의적인 건축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또한, 공공건축 프로젝트 그룹인 ‘엘레멘탈ELEMENTAL’을 이끌며, 주로 공공건축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2010년에는 대지진과 쓰나미에 몰살당한 칠레의 도시들을 재건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기도 했다. 인류와 환경에 공헌하는 건축을 지향하며, 특히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 주택과 공공공간, 기반시설 등을 짓는 데 주력했다. 나아가 그는 소외 계층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가난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삶에 희망을 선사하고자 했다.
아라베냐의 이런 건축 성향은 2004년 작품인 ‘퀸타 몬로이Quinta Monroy’ 공동 주택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심사위원단이 극찬했던 이 작품에는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던 주택난을 해결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칠레 북부 사막 지역인 이키케Iquiqu는 낡은 슬럼 지역으로, 무려 100가구가 지난 30년간 불법으로 터를 잡고 살아온 곳이다. 5,000m2 규모 대지에 36m2의 집을 한정된 정부 지원금으로 해결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그는 거주자가 사회적, 경제적 네트워크를 유지해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이때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반쪽짜리 집’이다. 미완성된 집처럼 보이지만 이는 철저히 의도된 설계안으로, 거주자가 스스로가 남은 공간을 꾸며나가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이후 ‘시메스 타워Siamese Towers’에서는 자연환경까지도 고려한 건축을 선보였다. 산티아고 기후에 어울리지 않는 유리 소재의 건축물을 제안받고 그는 큰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이내 에너지 효율을 갖춘 또 다른 건물을 세우고, 그 사이로 바람이 통하게 함으로 내부에서 자체적인 열 순환이 일어나도록 했다. 이는 ‘에너지 효율을 고려해 지역 기후에 창의적으로 대응한 건물’이라는 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