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건축의 귀환: 디자이너들이 물리적 모형에 다시 주목하는 이유

2025년 12월 28일

아날로그 건축의 귀환: 디자이너들이 물리적 모형에 다시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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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간 건축 교육과 실무 모두 디지털 영역으로 점진적으로 이동해 왔습니다. 2010년대 말쯤, 대다수의 사람들은 건축의 미래가 화면 기반이 될 것임을 천천히 받아들였고, 소프트웨어는 점점 더 빨라졌으며 AI는 코앞에 다가와 있었고 모형 제작은 이미 과거의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결국 3D 모형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면 칼과 풀을 들고 애쓰는 이유가 무엇이겠냐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도구가 점점 더 디지털화될수록 우리 작업에서 더 많이 사라진 한 가지는 바로 ‘현실성’이었습니다. 물질적이든 공간적이든 개념적이든 간에 말이죠. (온통 화면뿐이지만 건축가의 영혼을 만질 수 있는 따뜻한 모형은 아직도 없습니다).

그러나 끝없는 반복과 매끄러운 시각화 사이 어딘가에서 건축은 항상 우리를 천천히 만들고 아이디어를 실제 공간에 밀어넣게 하는 매체가 필요하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그리고 올해의 Vision Awards 수상자들은 분명히 그 점을 확인시켜 줍니다. 아날로그 모형은 확실히 주목받는 중심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으며, 이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유물이 아니라 디자인 사고를 위한 진지한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From Screen Fatigue to Spatial Clarity: The Case for Tactility

물리적 모형이 새롭게 관련성을 얻는 한 가지 이유는 건축가들이 이제 스크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의 막대한 양 때문입니다. 건축 분야의 워크플로우의 대부분이 소프트웨어 환경으로 옮겨 갔고, 그 변화와 함께 이전 세대가 감당해야 했던 시각적 산출물의 수준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AI는 버튼 한 번으로 무한한 변화들을 만들어내며 이를 더욱 빠르게 가속화합니다. 어느 시점에서 아이디어를 쉽게 만들어내는 과정은 그것들을 평가하는 능력을 침식하기 시작합니다.

그에 비해 촉각은 교정 수단을 제공합니다. 물리적 모형은 디지털 도구가 모의할 수 없는 저항감을 도입합니다. 재료를 자르거나 조립하거나 시험하는 과정은 가볍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를 필요로 합니다. 이 과정은 의사결정을 의도적으로 만들 만큼 충분히 느려지며, 그 느려짐이 빠르게 진행되는 디지털 워크플로우에서 종종 잃어버린 집중력을 회복시킵니다.

촉각적 참여는 또한 디자인 행위에 몸을 다시 불러들입니다. 물리적 물건을 잡고, 이동시키고, 조정하는 간단한 행위는 마우스나 트랙패드로는 번역되지 않는 이해의 한 형태를 제공합니다. 만들기라는 단순한 행위가 작업을 현실에 뿌리내리게 하며, 디자인은 시각적일 뿐만 아니라 촉각적임을 건축가들에게 상기시켜 줍니다.

속도와 풍부함으로 정의되는 지금의 디지털 문화 속에서 촉각은 단순히 명료함을 가져오는 것이라서 두드러집니다. 디자이너는 화면 위의 끊임없는 다듬기 사이클에서 벗어나, 결국 건축이 차지하는 물리적 조건으로 다시 들어갑니다.


Physical Models Clarify Architecture’s Spatial Logic

촉각적 매력 너머로도, 물리적 모형은 설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거의 모든 건축가가 간단한 모형이라도 어느 순간 모형이 문제를 드러내거나 아이디어의 명료성을 도해나 디지털 도면이 보여주지 않는 방식으로 확신시켜 주는 순간을 경험합니다.

삼차원으로 연구할 때 특정 공간적 질감은 즉시 읽힙니다. 스케일은 그중 하나이며, 화면에서 균형적으로 보였던 비례는 실제 부피로 존재하면 예상치 못하게 크게 혹은 작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계층 구조도 또 다른 예입니다. 모형에서 주요 형태는 자연스럽게 부각되고 보조 요소는 뒤로 물러나 설계의 조직적 의도가 명확한지 드러냅니다.

인접성 및 동선 역시 더 정직하게 드러납니다. 평면에서 합리적으로 보이는 관계가 물리적 질량으로 옮겨지면 때로는 서로 연결되지 않는 듯 느껴지고, 도면상으로는 작아 보였던 전이 공간이 부피감으로 체험될 때 예상치 못한 중요성을 띨 수 있습니다. 모형을 한 바퀴 돌려 보는 단순한 행위조차도 시퀀스, 방향감, 시야를 드러내며 고정된 디지털 시점으로는 재현하기 어렵습니다. (학교에서 우리가 겪었던 악명 높은 ‘거꾸로 돌리기’ 조차도 어떤 목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통찰은 건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그 안에서 움직이는지, 그리고 공간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영향을 줍니다. 물리적 모형은 설계에 내재하기 전의 강점과 약점을 조기에 드러내며, 도면이나 렌더링을 보완하는 분석 도구로 작동합니다. 화면만으로 얻기 어려운 공간적 진실의 수준을 제공합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초기의 거칠고 미완성된 모형이 프리젠테이션용으로 만든 모형만큼이나 중요한 이유가 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표현이 매끄럽게 다듬어지기 훨씬 전의 설계 의도를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Digital Tools Expanded the Possibilities of Physical Models

디지털 기술이 고유한 도전과제를 가져오더라도, 물리적 모형 제작의 가능 범위를 동시에 확장시켰습니다. 아날로그 공예를 대체하기보다는 현대 도구들이 이를 변화시켜, 수십년 전에는 사실상 만들 수 없었던 기법과 형태를 도입했습니다.

레이저 커터, CNC 밀, 3D 프린터는 건축가가 손으로 제작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거나 반복적이거나 시간 소요가 큰 기하를 탐구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디자이너는 복잡한 표면, 모듈식 어셈블리 또는 서로 맞물리는 부품들을 손으로만 가능했던 정밀도 수준으로 프로토타이핑할 수 있습니다. 이 구성요소들은 목재, 아크릴, 금속, 석고 또는 흙과 같은 재료와 결합되어 정확한 제작과 촉각적이고 해석적인 조립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물체를 생산합니다.

디지털 워크플로우는 또한 이미지 대신 정보에 의해 주도되는 아이디어를 모델링하는 것도 가능하게 만듭니다. 모형은 기후 데이터, 구조 분석, 재료 거동 스크립트 또는 매개변수 시스템으로부터 만들어져 추상적 데이터 세트를 다루고 회전시키고 시험할 수 있는 구체물로 변합니다. 많은 경우 모형은 더 이상 표현물이 아니라 물리적 실험에 가깝게 되어, 건축가가 성능, 거동 및 논리를 관리 가능한 규모에서 연구하도록 만듭니다.

이 포스트-디지털 접근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점은 ‘모형 제작’의 범주를 넓힌다는 점일 수 있습니다. 모형은 내부 힘, 적층 전략, 대량 맞춤 조합 또는 복잡한 곡률을 완전한 기술 도면 없이도 시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부품의 연결 방식, 허용오차의 가능성, 그리고 매끄러운 디지털 메시가 실제 재료로 번역될 때 형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 주는 빠른 프로토타입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Why Models Will Always Matter

물리적 모형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디지털 도구가 실패해서가 아니라, 건축이 늘 함께 공존할 때 가장 잘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속도를 위한 디지털 도구, 진실을 위한 물리적 제작.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무한한 반복을 생성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설계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단일하고 안정적인 읽기를 제공하는 도구가 빠르게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됩니다.

매끄러운 워크플로우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모형은 디지털 도구가 해낼 수 없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차지합니다. 우리는 곧 그것들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할 것이며(실제로도 영원히일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모형은 도면과 렌더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것들을 계속 드러내주고, 한때 저주하듯 증오하던 매체가 오히려 존재감을 다시 집중시켜 주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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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훈

김 지훈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을 담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다양한 도시에서 경험을 쌓으며 건축 저널리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C3KOREA에서는 건축 비평과 인터뷰를 주로 담당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세계 건축의 맥락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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