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고고학자들, 900년 된 무덤에서 ‘진짜 보물’ 대발견… 역사를 뒤흔든 순간

2025년 10월 27일

고요한 섬에서 드러난 12세기 흔적

스웨덴 비싱쇠 섬브라헤키르칸 교회 지열 난방 공사 중, 욘셰핑 주 박물관의 고고학자들이 뜻밖의 발굴 현장을 마주했다. 일상적인 배관 작업이었던 현장은 곧 12세기 은화와 두 구의 인골이 드러난, 역사적 발견의 무대가 되었다.

처음 확인된 인골은 사망 당시 20~25세로 추정되는 젊은 남성의 것이었다. 그의 왼발 근처에서 반짝인 은화 몇 닢이 더 넓은 보물의 실마리로 이어졌고, 곧 총 170점에 달하는 얇은 브락테아테(bracteate)가 쏟아졌다.

은화 170점이 말해 주는 중세의 경제

발견된 브락테아테1150년~1180년 사이에 제작된, 얇고 장신구적 성격을 지닌 은제 원판이다. 이러한 화폐형 장식이 단일 기독교식 무덤에서 이처럼 대량으로 나온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박물관 측은 “동시대 비교가 거의 없는 희귀성과, 일부는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초유형의 존재”를 강조했다. 이는 외교·상업 네트워크지역 화폐 순환의 양상을, 구체적 물질 증거로 읽어낼 수 있는 학술적 기회다.

현장에서 들려온 순간의 전율

프로젝트를 이끈 안나 외데엔(Anna Ödéen)은 첫 은화가 드러난 순간의 기억을 이렇게 전했다. “먼지 속에서 은화 세 닢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나는 걸 보고, 우리는 즉시 더 많은 발견이 뒤따를 것임을 직감했습니다.”

그녀와 동료들은 배선 갱도에서 발견된 두 구의 인골을 정리하며, 묘제 구조부장 양상을 세심히 파악했다. 곧 젊은 남성의 왼발 인근에 촘촘히 모인 은화 다발이, 긴 시간 잠들어 있던 이야기의 문을 열었다.

기독교 장례와 토착 관습의 교차로

중세의 기독교 공동체는 일반적으로 부장품을 배제했기에, 이 풍부한 은화는 지역적 예외 혹은 혼합된 의례를 시사한다. 장례 속에 스며든 토착 신앙의 잔향과 새로운 종교 규범의 공존이, 비싱쇠라는 공간에서 독특한 기념 행위로 남았을 수 있다.

학자들은 이 무덤이 사회적 지위, 사후세계에 대한 신념, 혹은 지역 공동체의 표지를 동시에 반영했을 가능성을 검토한다. 한 줌의 은빛 조각이 중세 고틀란드·예탈란드 문화권의 복합성을 압축해 보여 준다.

화폐사에 더해진 새로운 문장

스웨덴 왕립 동전 캐비닛에바 욘손(Eeva Jonsson)은 발견의 의의를 이렇게 정리했다. “이 동전들은 12세기 예탈란드화폐사에 새로운 을 엽니다. 보존 상태와 발굴 맥락이 주는 정보는 중세 경제 지형을 복원하는 데 대체 불가합니다.”

즉, 제작 기법, 도상과 문양, 합금 구성의 분석은 유통권역권력 상징을 읽는 단서가 된다. 동시에 기독교화의 진전 속에서 남아 있던 지역 관습을 추적하는 문화사의 열쇠이기도 하다.

“우리를 놀라게 한 건 ‘양’만이 아닙니다. 이전에 기록되지 않은 유형이 포함되어, 지역 화폐권의 다양성을 새롭게 조명한다는 사실이었죠.” — 연구진의 현장 소감

무엇을 다시 묻고, 어떻게 답할 것인가

이번 발견은 장례 관행, 지역 경제, 권력 질서에 관한 여러 가설을 동시에 움직인다.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핵심 질문으로 수렴된다.

  • 왜 한 명의 젊은 남성에게 이토록 다량의 은화가 부장되었는가?
  • 은화의 도상주조 편차는 어떤 발행 주체교역 경로를 가리키는가?
  • 기독교화 이후에도 남아 있던 토착 의례는 어떤 사회적 이유로 지속되었는가?
  • 이 무덤은 지역 교회 공동체권위, 혹은 가문적 위계를 반영하는가?

현장과 학계, 그리고 지역사회로의 파급

이번 성과는 보존 과학, 금속 분석, 탄소 연대, 미세 잔여물 연구다학제적 후속 연구로 확장될 것이다. 각 분석은 유통 연대, 교역권 연결, 사회사적 해석을 더 정확히 해 줄 증거 사슬을 구축한다.

한편, 비싱쇠 섬브라헤키르칸 교회는 교육·관광 차원의 해설 콘텐츠 개발로, 지역 정체성문화 경제의 동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발굴은 끝이 아니라, 해석의 시작”이라는 말처럼, 이번 발견은 스웨덴 중세사를 새로 쓰는 서문이 될 공산이 크다.

Archaeologists

눈앞에 놓인 다음 걸음

연구진은 보존 처리전수 조사를 마친 뒤, 공개 전시오픈 데이터를 통해 학계·대중과 성과를 나눌 계획이다. 이는 투명성재현 가능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새로운 비교 연구시민 과학의 참여를 촉진한다.

작은 은빛 원판 170점은 단순한 보물이 아니라, 12세기 스칸디나비아경제, 신앙, 기억의 방식을 묻는 질문의 집합이다. 고요한 섬의 지열 공사 현장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이제 유럽 중세 연구핵심 무대로 옮겨가고 있다.

김 지훈

김 지훈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을 담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다양한 도시에서 경험을 쌓으며 건축 저널리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C3KOREA에서는 건축 비평과 인터뷰를 주로 담당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세계 건축의 맥락을 전하고자 합니다.

“스웨덴 고고학자들, 900년 된 무덤에서 ‘진짜 보물’ 대발견… 역사를 뒤흔든 순간”에 대한 1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