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가족처럼 여기는 마음에서 수제 사료를 준비하는 보호자가 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수의사는 이 트렌드가 영양 불균형과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랑이 담긴 선택일수록 과학적 근거와 안전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수제 식단의 숨은 위험
집밥은 신선함과 통제감을 주지만, 반려견에게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 지방산, 비타민·미네랄을 빠짐없이 채우기 어렵다. 특히 칼슘-인 비율, 비타민 D, 구리·아연 같은 미량 영양소가 빠지면 뼈 건강 저하와 면역 문제가 뒤따른다.
과도한 지방은 췌장염 위험을 높이고, 불완전한 레시피는 요로 결석이나 피부·털 상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식단은 단백질이 부족하고, 다른 식단은 요오드가 모자라 갑상샘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장에서 본 가장 흔한 문제는 ‘선의의 실수’입니다. 불균형한 식단은 소화장애, 결핍 증상, 나아가 만성 질환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습니다.”라고 한 수의사는 말했다.
개별 맞춤 영양의 중요성
반려견의 나이, 체중, 품종, 활동량, 질환 이력에 따라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는 크게 달라진다. 같은 닭고기라도 어린 개체와 노령견의 요구량은 다르고, 신장 질환이나 췌장 질환이 있으면 단백질·지방 조절이 필수다.
유행처럼 쓰이는 닭가슴살+고구마 조합은 칼슘, 미량 미네랄, 오메가-3가 부족해 피부 장벽과 관절에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균형을 잃은 집밥은 장내 미생물 다양성에도 악영향을 준다.
피해야 할 음식과 흔한 실수
- 사람에게 안전해도 반려견에겐 독성인 초콜릿, 포도·건포도, 양파·마늘은 절대 금지
- 자일리톨 함유 무설탕 간식, 알코올, 카페인 음료는 급성 중독 유발
- 뼈(특히 익힌 뼈) 급여는 치아 손상과 장 천공 위험
- 무분별한 칼슘 분말 또는 멀티비타민 추가는 과다 섭취를 불러 결석과 독성을 유발
- 눈대중 계량, 레시피 변경, 급격한 전환은 설사와 거부감을 증가
집에서 만들 결심이라면
수제 급여를 계속하고 싶다면 먼저 수의사와 상담하고, 가능하면 수의영양학 인증 전문가의 완전·균형 레시피를 받자. 레시피에는 특정 보충제, 정확한 그람 단위, 조리 방법이 포함되어야 한다.
새 식단 전환은 보통 7~10일에 걸쳐 기존 사료와 점진적 혼합으로 진행한다. 매 끼니 전자저울로 계량하고, 월 1회 체중, 체지방, 모질, 변 상태를 점검하자.
안전하고 현실적인 대안
검증된 상업 사료 중 완전·균형(complete & balanced) 표기가 있고, AAFCO/FEDIAF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을 선택하면 필수 영양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여기에 야채 토핑, 저염 육수, 기능성 오일을 소량 더해 기호성과 풍미를 높이는 방법도 좋다.
특정 질환이 있다면 처방식 사료가 임상 근거와 안전성에서 유리하다. 주 1~2회 수제 보강식을 하되, 총 칼로리와 영양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양과 구성을 조절하자.
신호를 읽고, 주치의와 연결하라
반려견이 구토, 설사, 과도한 가려움, 무기력, 체중 변화를 보이면 즉시 급여 내용을 기록해 수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정기적인 혈액검사, 소변검사, 체성분 평가는 수제 식단의 안전점검 역할을 한다.
핵심은 사랑을 과학으로 완성하는 일
사랑만으로는 영양 설계를 대체할 수 없고, 두려움만으로 집밥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검증된 기준, 꼼꼼한 계량, 꾸준한 모니터링을 갖춘다면 반려견의 행복, 건강, 수명을 함께 지킬 수 있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꼬리 흔듦과 활력을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