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세운상가. 1968년에 완공된 국내 최초 주상복합건물인 세운상가는 1970년대 최고로 호황을 누리다가 차츰 시설이 낙후되면서 철거 대상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보존할 가치가 있는 근대 유산으로 인정되어 서울시는 이를 되살리기로 한다. 세운상가의 재생 프로젝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관심을 끄는 뜨거운 감자였다. 재개발이 결정된 지 10년이 지나도록 개발사와 기존 상권, 주변 지역 시민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며, 이곳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도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건축·도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었다. 단순히 세운상가만을 놓고 그 역사와 현재에 집중하기 보다, 책 제목대로 그 이상(beyond)을 좇는다. 그들이 꿈꿨던 이상적인 건물인 세운상가를 현재와 미래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이 일대에 대한 종합 전략을 소개한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며, 여기에는 총 16편의 글이 실렸다. 대규모 계발계획에 대한 문제의식과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1장 ‘대규모 개발의 역사와 현재’에서는 세운상가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의 이면을 살펴본다. 개발을 거쳐 그 지역이 활성화된다면, 높아진 임대료에 감당하지 못하는 원주민들이 떠나게 되는 이상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를 지적하고, 어떻게 하면 기존 사람들과 지속해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를 탐구한다. 이에 따라, 2장 ‘도심 산업 지역 개발의 교훈’에서는 자산으로서의 전통 산업 공간에 대해 돌아보며, 소상공인들의 가치를 존중해 이들과 공존하며 새로운 산업 역사를 써나갈 방법을 모색한다. 앞서 도시 대규모 개발을 둘러싼 전반적인 문제 인식이 주를 이루었다면, 3장 ‘세운상가와 새로운 개발 프로세스’에서는 본격 대안을 제시한다. 특히 유럽 출신 전문가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운상가와 그곳에 어울릴 프로세스와 전략적 해결책에 대해 제안한다. 마지막으로는, 결국 지나치게 높게 매겨진 토지가치로 인한 문제를 인지하고, 지역 개발을 통한 이익이 어떠한 방식을 통해 모두에게 돌아가게 될지 생각해본다.
세운상가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사람들의 일상을 뒤흔든 개발은 신중하게 논의되고 전개돼야 마땅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개발만을 위한 것이 아닌, 그곳에 살고, 그곳을 찾는 시민을 위한 대안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길 권한다.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세운상가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