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예부터 가족의 따스함이 남겨있고 한방에 오밀조밀 모여 삶의 슬픔과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안식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집은 어떠한가?
우리의 시선은 어느새 소중한 한 평이 아닌 3.3m2의 담긴 숫자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어쩌면 인간 생활의 필수 요소인 ‘의식주’라는 말이 ‘주의식’으로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 삼삼오오 모이면 내 집 마련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화제가 되고, 연일 주택 마련, 집값 상승 이야기가 신문 기사와 방송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은 건축 칼럼니스트 서윤영이 2003년에 저술한 책이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그에 대한 묘사를 보완해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찾아왔다.
저자는 5장으로 구분해서 집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본다. 1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에서는 과거의 집과 현재의 집을 비교하며 시와 노래, 영화와 그림 속에 집이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지를 소개한다. 이어 2부, ‘집과 여성’에서는 주택 내 여성의 예속 과정과 소외 현상을 살펴본다. 수렵 채집에 의존했던 초기 인류 시절부터 남자들이 사냥을 위해 무리 지어 떠나면 여성은 마을을 지키며 식량을 채집하며 토기를 만들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남성보다 밀접하게 집과 관련을 맺고 있지만, 집에서조차 주체가 되지 못한 채 은연중 소외당하던 여성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3부 ‘그늘에 가려진 집들’은 개정판에 새로 추가된 부분으로, 아파트와 단독주택으로 대표되는 주류시장과 빌라, 오피스텔, 임대주택 등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줬던 비주류 주택시장의 주택들을 살펴본다. 4부 ‘하늘로 올라가는 집’에서는 현재 주택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의 시초와 함께 끊임없이 넓혀져 가는 아파트시장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을 소개하며, 마지막으로 5부, ‘이 건물의 비밀을 아시나요?’에서는 고층빌딩, 학교, 백화점 등 우리를 유혹하고 억압, 조종하는 건축물들의 비밀을 파헤치고 그동안 숨겨져 있던 집의 다양한 표정을 들여다본다.
또한, 저자는 ‘집으로 문화 읽기, 건축으로 세상 읽기’라는 부제로 주거문화를 하나의 사회현상이자 문화현상으로 바라보며 집에 대한 비밀을 하나둘 파헤쳐나간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표정을 가진 집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