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전환의 심장에 해당하는 리튬 공급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지질 조사와 시추 분석을 통해, 기존 기록을 넘어설 수 있는 초대형 매장지가 확인됐다는 소식이 업계의 시선을 모은다. “수치가 최종 검증되면 시장의 전제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아직은 ‘자원’과 ‘매장량’ 사이의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 경제성 평가와 인허가, 인프라가 따라와야 ‘매장량’이 되고, 투자가 닿아야 ‘생산량’으로 전환된다. 그럼에도 잠재 규모가 압도적이라는 점은, 배터리 공급망의 우선순위를 바꿔놓기에 충분하다.
세계 배터리 시장의 지각변동
리튬은 NMC와 LFP 등 주요 양극재의 핵심 금속이다. 가격은 2022년 급등 후 2023~2024년 조정을 거쳤지만, 수요 성장의 추세는 굳건하다. 초대형 공급 후보가 추가되면 가격의 변동성이 줄고, 장기 계약의 조건이 재편될 수 있다.
“원재료의 가시성이 높아지면 완성차의 원가 계획도 안정된다”는 한 배터리 구매 담당자의 말처럼, 공급 확신은 투자 결정을 앞당긴다. 반대로 기존 프로젝트의 수익성 가정은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어디에, 어떤 형태의 리튬인가
리튬은 염호, 경암, 점토·화산기원 등 여러 지질 환경에 깃든다. 염호는 증발과 용출로, 경암은 스포듀민 정광과 열처리로, 점토·화산성은 선택적 침출과 정제 기술로 접근한다. 각 방식의 물사용, 탄소 배출, 공정 비용이 상이하다.
이번 후보지의 특징은 광물 상(相) 다변성과 높은 품위의 결합으로 요약된다. “광물학적 복합성은 공정 혁신의 여지이자 리스크다”라는 현장 지질학자의 말처럼, 기술적 선택이 프로젝트의 운명을 가른다.
산업과 지정학의 수학
새 자원이 기존 ‘리튬 삼각지대’나 호주 경암의 지배력을 단번에 대체하진 못한다. 하지만 역내 정제와 재활용, 장기 오프테이크 계약을 묶는 블록형 전략은 힘을 얻는다. 미국 IRA, 유럽 CRM 규정, 동아시아의 내재화 움직임이 한층 촘촘해질 것이다.
“원료-정제-전지-차량의 수직계열화가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 이런 내러티브는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추고, 가격 하방을 넓힌다. 다만 국가 리스크, 환율, 사회적 수용성이 불확실성을 남긴다.
지역사회와 환경 변수
대규모 프로젝트는 물권리, 토지 접근, 생태 보전과 직결된다. 공정수의 순사용량, 브라인 재주입의 건전성, 꼬리광의 안정성은 초기 설계에서 판가름난다. 지역 커뮤니티의 동의와 이익 공유는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다.
“일자리와 교육, 인프라가 함께 와야 진짜 번영이다.” 한 지역 대표의 말처럼, 사회적 라이선스는 일회성 합의가 아니라 장기적 약속이다. 생물다양성 오프셋과 복원, 투명한 데이터 공개가 신뢰를 만든다.
가격, 기술, 타이밍의 미세 조정
가격 사이클의 저점에서 착공하면 CAPEX 효율은 높다. 그러나 시장이 회복되기 전 현금흐름의 견딤이 관건이다. 공정 기술은 기존 열처리나 SX-IX 조합뿐 아니라, 직접 리튬추출(DLE)과 저탄소 정제가 경쟁한다.
“포집에서 정제, 재활용까지의 시스템 효율이 승부처다.” 기술 라이선스와 공동개발의 속도가, 단일 자원의 잠재력을 현금화하는 실질 경로다.
다음 단계와 관전 포인트
프로젝트의 성패는 몇 가지 분기점에서 결정된다. 투자자, 지역사회, 정책 당국이 함께 체크해야 할 항목은 다음과 같다.
- 시추 코어의 대표성, 자원 모델의 불확실성, 시추망 밀도 개선 계획
- 파일럿 규모의 수율과 불순물 관리, 공정수 재이용률
- 송배전·도로·항만 인프라, 전력의 탄소집약도와 장기 전력계약
- 초기 CAPEX·OPEX 가정, 가격 민감도, 환율·금리 헤지
- 지역 이해관계자 협의체, FPIC 수준의 절차적 정당성
시장에선 향후 6~12개월의 파일럿 결과와 예비타당성(PEA·PFS) 데이터를 주시한다. 공급 계약의 선순환이 시작되면, ESG와 비용 곡선에 부합하는 자본이 모인다. 반대로 기술 검증이 지연되면, 평가가치의 할인은 커질 것이다.
핵심은 ‘규모의 환상’을 경계하고 ‘실행력’을 점검하는 일이다. 충분한 투명성, 보수적 모수, 단계적 확장이 뒷받침될 때, 이 거대한 잠재력은 산업과 지역사회 모두에게 실질적 가치를 안길 수 있다. “큰 숫자보다 탄탄한 설계가 더 길게 간다”는 오래된 격언이,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