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홍대 인근 지역의 재개발과 치솟는 땅 값으로 오랫동안 이곳을 지켜온 상점 주인과 문화 예술인들은, 자신들의 터전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결국 나름의 방식으로 투쟁을 벌였다. 홍대 앞 두리반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 투쟁이 한국에 젠트리피케이션의 시작을 알렸다. 누군가에게는 오랜 시간과 정성이 쌓인 장소가 자본의 힘으로 새로운 땅이 되어갔다. 여기서 우리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터를 잡아 살아가고 있던 토박이, 이익을 위해 닥치는 대로 땅을 사들이는 개발자, 직접 지역 시장경제를 책임지는 사업자, 이곳에 활기를 더하는 방문자, 이 중 땅의 주인은 누구인가. 이것은 승자와 패자가 있는 싸움일까? 책의 저자들은 쫓고 쫓기는 사람들 간의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서울 여덟 동네에서 만난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삶의 복잡한 연결고리들을 책 속에 담았다. 8인의 연구자는 그중에서도 자신의 장소에서 부정당하는 사람, 또는 그런 불안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책 속의 공간은 서촌을 시작으로 종로3가, 홍대, 가로수길, 한남동, 구로공단, 창신동, 해방촌으로 이어진다. 여러 가지 이유로 유명세를 탔던 장소들이다. 예술가들의 성지였던 홍대, 아기자기한 상점들로 채워진 가로수길, 부암동 카페거리, 일본강점기 끝에 맞이한 해방의 역사와 월남민들이 살던 독특한 분위기를 이어온 해방촌 등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가 시나브로 입소문을 타며 떠오른 장소들이다. ‘핫 플레이스’는 유행에 민감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용어다. 2007년부터 뉴스 제목에 이름을 올리고 지금까지 쭉 이어져 온 이 변화 양상은 꽤 흥미롭다. 홍대, 신사동 가로수 길, 한남동으로 이어지는 이 ‘핫’한 땅의 지도는 새 터를 찾아 떠도는 예술가들의 이동 경로와도 일치한다. 이들이 먼저 자리를 잡아 꾸려놓은 곳에 지역성과 상권이 생기면 방문객들이 모여들고, 덩달아 땅값이 비싸지면서, 돈 있는 개발자들이 모여들어 더 비싼 값에 땅을 사들이고 세를 높인다.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은 순식간에 자리를 잃는다. 정들었던 동네는 번쩍이는 간판으로 채워지고 밤새 새로운 사람들로 들끓는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지금 모습이다. 이 책은 나아가 그 중심에 서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지역의 역사와 발전, 경제학적 실상과 그 변화 양상을 더욱 생생하게 들여다보며 파헤치고 있다.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