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그래픽이 여는 새로운 기준
전용 그래픽카드 없이도 초고사양 게임을 돌리는 시대가 현실이 되고 있다. 구독자 128만 명이 넘는 ETA Prime은 미니 PC로 구성한 시스템에서 사이버펑크 2077을 초고 설정으로 구동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작은 본체와 낮은 전력, 그리고 예상 밖의 성능이 결합해 기존 게이밍 PC의 공식을 흔든다.
“거대한 GPU가 없다고 해서 고성능 게임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 시연의 중심에는 AMD가 CES 2025에서 공개한 Strix Halo APU가 있다. 통합 그래픽이라는 한계를 돌파한 이 칩은 효율, 발열, 휴대성을 동시에 잡으며 차세대 컴퓨팅의 흐름을 명확히 드러냈다.
한 개의 칩, 두 개의 세계를 묶다
Strix Halo APU는 최대 40개의 RDNA 3.5 컴퓨트 유닛을 품은 그래픽 아키텍처와 Zen 5 16코어 32스레드의 연산 능력을 하나로 묶는다. 이 조합은 중급형 외장 GPU에 근접한 3D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추가 카드가 필요 없는 간소화된 설계를 가능케 한다. 즉, 전력 효율, 공간 절약, 소음 감소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
테스트에 쓰인 컴팩트 시스템은 약 130W 전력만으로 그래픽 처리와 CPU 작업을 모두 감당했다. 이는 대형 파워서플라이나 방열 솔루션 없이도 탄탄한 프레임을 낼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다. 작은 폼팩터, 합리적 소비 전력, 일관된 성능이라는 삼박자가 특히 노트북과 슬림 데스크톱에 큰 의미를 남긴다.
사이버펑크 2077, “초고”가 기본값이 되다
ETA Prime은 사이버펑크 2077을 비롯한 여러 고사양 타이틀을 통해 실전 성능을 입증했다. 해상도, 그래픽 옵션, 프레임레이트 모두에서 통합 그래픽의 한계를 넘어서는 결과가 확인됐다.
- 사이버펑크 2077: 1440p 울트라에서 약 58fps, 설정을 하이로 낮추면 60fps 초과
- Marvel Rivals: 1440p 하이에서 평균 65fps
- GTA V(강화판): 1440p 매우 높음에서 약 90fps
- Marvel’s Spider-Man 2, DOOM Eternal 등도 원활한 구동으로 안정성을 확인
이 수치는 통합 그래픽이 더 이상 사무용이나 스트리밍 전용의 선택지가 아님을 정면으로 증명한다. 대작 게임, 고해상도, 높은 옵션이라는 삼박자 속에서도 프레임 유지, 시각적 품질, 반응성이 조화를 이뤘다. 특히 1440p 환경에서의 일관된 성능은 게이밍 노트북 설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게이밍 PC의 설계를 다시 묻다
이번 결과는 외장 GPU 중심의 게이밍 설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 만든다. 부피와 무게가 줄어드는 만큼 휴대성이 높아지고, 소비 전력이 낮아지며, 냉각 부담도 크게 완화된다. 비용 구조 역시 메모리 구성, 스토리지, 디스플레이 품질 등 다른 체감 요소에 더 많은 예산을 배분할 여지를 만든다.
물론 접근성, 가격, 공급 시기라는 현실적 변수도 남아 있다. 초기 가격 책정, 생산 수율, 드라이버 최적화가 대중화의 속도를 좌우할 것이다. 업데이트 주기, 게임별 튜닝, 메모리 대역폭 같은 세부 요소도 지속적 개선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얻는 이득, 그리고 다음 단계
이번 사례의 핵심 이득은 명확하다. 더 작고, 더 조용하며, 더 효율적인 시스템에서 하이엔드급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전력 요금과 발열에 민감한 사용자, 미니 PC나 슬림 노트북을 선호하는 게이머에게는 대체 불가한 가치다. 개발사 입장에서도 하드웨어 분산이 아닌 플랫폼 최적화에 집중할 동기를 제공한다.
향후에는 메모리 아키텍처와 캐시 설계, 소프트웨어 스케줄러의 정밀 튜닝이 추가 성능을 견인할 가능성이 크다. 업스케일링 기술, 가변 해상도, 프레임 보간과의 유기적 결합이 체감 품질을 한층 끌어올릴 것이다. 무엇보다 APU 중심의 생태계가 게임 개발과 엔진 최적화의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결론: “GPU 없는 하이엔드”의 신호탄
이번 시연은 통합 그래픽이 취미용 단계를 넘어 주류 대안으로 진입하는 분기점을 알린다. 전용 그래픽카드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일반 게이머와 모바일 사용자에게는 APU 중심의 선택지가 점점 더 합리적이 될 것이다. 가격 경쟁력, 공급 안정성, 드라이버 성숙도가 갖춰지는 순간, 우리는 “작지만 강한” 게이밍 시대의 본격 개막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의 게이밍은 더 적은 와트로 더 큰 만족을 주는 쪽으로 수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