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중 남성, 숲속 울음소리를 따라가다… 평생 잊지 못할 역대급 발견

2025년 11월 25일

산기슭에서 들린 낯선 울음

워싱턴주 올림픽 산맥 산기슭에서 등산 중이던 소설가 조너선 에비슨은, 숲을 가르던 바람 사이로 묘한 울음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멈췄다. 길가 나무 뿌리 옆에 앉아 있는, 복슬복슬한 검은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고, 가까이 다가가자 그것은 다름 아닌 아기 곰이었다. 그는 수없이 이 산길을 걸었고 곰도 여럿 보았지만, 이렇게 홀로 앉아 떨고 있는 새끼는 처음이라며, 가슴에 불안과 호기심이 동시에 스며들었다.

어미를 기다리기로 한 선택

에비슨은 어미 곰이 근처에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고려해, 아이에게 손대지 않기로 했다. “야생에서는 관찰이 먼저”라는 경험칙을 떠올리며, 곧 어미가 돌아오리라 믿고 조심스레 자리를 떠났다. 다음 날 같은 코스를 걷던 그는 아이가 보이지 않아 안도했지만, 곧 다시 들려온 처절한 울음에 이끌려 발길을 돌렸다.

울음의 발원지에는 쓰러진 나뭇가지가 있었고, 그 아래에서 을 움직이지 못한 채 끼여 있는 새끼 곰이 떨고 있었다. 짧고도 길게 느껴지는 침묵 끝에 그는 위험을 평가했고, 지금 해야 할 일은 구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가지에 갇힌 아이를 꺼내다

그는 주변을 살피고 소리를 내며 존재를 알린 뒤, 조심스럽게 가지를 들어 올려 아이를 해방시켰다. 그 순간부터 새끼 곰은 그를 따라붙었고, 발목에 얼굴을 비비며 거의 1마일을 동행했다. “그 아이를 보는 순간, 이대로 두면 안 된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다. 정말로 도와야 한다고 느꼈다.”

구조 직후 사람을 따르는 아기 곰

보호소로 향한 발걸음

에비슨은 즉시 워싱턴주 어류·야생동물국에 연락했고, 상황을 기록해 지역 커뮤니티와 공유했다. 안내에 따라 그는 웨스트사운드 야생동물 보호소와 연결되어, 새끼 곰을 안전한 시설로 인계하는 절차를 밟았다. 보호소에서는 아이의 부상 여부를 확인하고, 체력 회복을 위한 영양 공급과 안정적인 보온을 진행했다.

이어 아이는 PAWS 동물복지협회로 옮겨졌고, 마침 들어온 또 다른 고아 곰과 한 공간에서 적응을 시작했다. 두 아이는 곧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낯선 환경에서 심리적 지주가 되어 주는 동료가 되었다.

보호소에서 안정되는 아기 곰

자연으로 돌아가기까지

전문가들은 아이가 약 1년간 PAWS에서 생활하며,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야생 행동을 되살리는 프로그램을 이수할 것이라고 말한다. 체중 증가, 사냥 본능 회복, 계절별 식성 적응 등 여러 지표를 종합해 방사 시점을 결정한다. 중요한 건 아이가 더 이상 두려움과 외로움에 내맡겨지지 않고, 충분한 돌봄 속에서 다시 숲의 리듬을 배우는 일이다.

앞날을 향한 아기 곰의 시선

야생동물을 만났을 때 기억할 점

  • 거리를 유지하고 접촉을 피하라: 어미가 근처에 있을 수 있으니 섣부른 개입은 위험하다.
  • 관찰 시간을 갖고 증거를 남겨라: 위치, 시간, 상태를 기록해 구조기관에 전달하라.
  • 먹이를 주지 말고 유인하지 마라: 잘못된 학습은 생존에 치명적이다.
  • 전문기관에 즉시 연락하라: 지역 야생동물 당국과 보호소의 안내를 따르라.
  • 안전을 우선하고 표식을 남겨라: 현장에 위험 경고를 표시해 2차 사고를 막아라.

한 남성의 침착함과 신속한 판단, 그리고 지역 네트워크의 협력이, 작디작은 생명의 행운이 되었다. 숲은 우리가 모를 질서로 움직이지만, 그 질서 속에서 인간의 배려와 책임 있는 행동은 여전히 강력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오늘의 구조는 내일의 건강한 야생, 그리고 함께 사는 미래를 위한 약속이다.

김 지훈

김 지훈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을 담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다양한 도시에서 경험을 쌓으며 건축 저널리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C3KOREA에서는 건축 비평과 인터뷰를 주로 담당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세계 건축의 맥락을 전하고자 합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