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숲에서 포착된 신비한 순간… “나무들이 숨을 쉬는 걸 봤어요”

2025년 11월 13일

제주도 동쪽, 이른 새벽 안개가 자욱한 사려니숲길.
최근 이곳을 찾은 여러 방문객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해가 떠오를 때, 나무들이 실제로 숨을 쉬는 것 같았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그들은 정말로 나무들이 미세하게 움직이며 ‘숨을 내쉬는’ 듯한 장면을 봤다고 증언했다.

새벽 5시, 숲이 깨어나는 순간

사려니숲은 제주도에서도 가장 고요하고 신비로운 장소로 알려져 있다.
그날 아침, 온도는 영상 6도, 안개가 숲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관광객 한수연 씨는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나무줄기들이 아주 천천히 부풀었다가,
다시 가라앉는 걸 봤어요.
바람이 없었는데, 마치 나무가 숨을 쉬는 것처럼 움직였죠.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비슷한 장면은 여러 사람의 카메라에도 포착되었고, SNS에는 “살아 있는 숲”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과학자들이 본 ‘호흡하는 숲’의 비밀

이 기현상은 단순한 착각일까?
제주대학교 생태환경연구소는 해당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해가 떠오르며 온도가 급격히 상승할 때 나무의 수분과 공기 압력 변화로 인해 줄기가 미세하게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즉, 실제로 **“나무가 아침마다 숨을 쉬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해가 뜨면서 광합성이 시작되고, 내부의 수액 압력이 급격히 바뀝니다.
그 변화가 나무의 세포벽을 밀어내며, 줄기 전체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겁니다.

김태완 박사, 제주대학교 산림생리학 연구팀

이 현상은 맨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하지만,
사려니숲처럼 공기가 맑고 바람이 거의 없는 곳에서는 그 움직임이 눈에 띌 정도로 또렷하게 나타난다.

자연과 인간이 맞닿는 ‘호흡의 순간’

사려니숲은 이름 그대로 “사려(思慮), 즉 생각하고 머무는 숲”이라는 뜻을 가진다.
예로부터 제주 사람들은 이곳을 자연의 숨결이 깃든 신성한 장소로 여겨왔다.
새벽의 호흡하는 나무를 본 사람들은 단순한 과학 현상을 넘어,
자연이 우리와 함께 살아 있음을 느끼는 영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그 순간, 숲 전체가 하나의 생명처럼 느껴졌어요.
나무가 숨을 쉬고, 땅이 그 숨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죠.
마치 지구가 ‘좋은 아침’이라고 말하는 듯했어요.

관광객 이현지 씨

학자들이 주목하는 새로운 관찰

최근 연구에서는 이러한 나무의 미세한 움직임이 기후 변화와 산림 건강을 측정하는 새로운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됐다.
초고감도 센서를 이용하면 나무가 ‘언제, 얼마나 숨쉬는지’ 분석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숲의 생리적 스트레스나 수분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사려니숲의 나무들은 건강한 생태계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그들의 ‘호흡’은 곧 지구의 리듬이기도 하죠.

정세윤 교수,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위원

새벽의 숲, 인간이 잊고 있던 진실

지금도 사려니숲을 찾는 사람들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귀를 기울인다.
풀잎이 떨리는 소리, 새의 첫 울음, 그리고 나무들이 내뿜는 보이지 않는 숨결.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과 자신이 서로의 호흡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우리가 숲속에서 느끼는 평온함은,
어쩌면 나무가 내쉬는 숨과 우리의 숨이 하나 되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사려니숲의 새벽은 오늘도 천천히 숨을 쉰다.
그 호흡은 말이 없지만, 누구보다 강렬하게 살아 있는 지구의 심장 소리를 들려준다.

김 지훈

김 지훈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을 담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다양한 도시에서 경험을 쌓으며 건축 저널리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C3KOREA에서는 건축 비평과 인터뷰를 주로 담당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세계 건축의 맥락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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