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움직이지 않기에 한국 사회의 변화를 흔들림 없이 증언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우리의 삶에 녹아있다. 저자는 건축물을 한국 사회의 뒤틀린 현실을 바라보는 매개로 활용하며, 그 현실에 대한 질문으로 글을 시작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사회에서 건축이 어떤 방식으로 흔적을 남겼는지, 시대를 관통하는 건축과 사회의 모순은 과연 어떤 것이며, 왜 그런 것인지를 보여 주고 있다. 건축은 이 시대가 이 땅에 남겨놓은 것으로, 동시대에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고, 다음 시대에 던져놓는 구조물로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또한, 저자는 씨족, 일제강점기, 북한, 반공, 군사/향락, 문화, 경쟁, 거짓말, 과열, 월드컵 등 기형적인 건축에 새겨진 흔적들은 하나같이 빨강으로 수렴되어 있음을 발견하고, 대한민국을 ‘빨간 도시’로 정의한다. 저자의 말처럼 빨강을 축제의 색으로 당당하게 쓸 줄 아는 세대가 된다면 앞으로 만들어지는 도시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