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호랑이가 한국에서 멸종됐다는 인식과 달리 최근 비무장지대에서 활동 흔적이 다시 발견됐다

2026년 06월 12일

백두산 호랑이가 한국에서 멸종됐다는 인식과 달리 최근 비무장지대에서 활동 흔적이 다시 발견됐다

한동안 한국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여겨진 백두산 호랑이가, 최근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다시금 흔적을 남겼다는 소식이 퍼지며 보전계가 술렁이고 있다. 눈 덮인 사면 위로 이어진 대형 발자국, 나무에 남은 할퀴 자국, 그리고 야생동물 카메라에 포착된 밤중의 실루엣이 하나의 퍼즐처럼 맞물리며 가능성을 확대했다. “확정적 개체 사진은 아니지만, 현장의 여러 정황이 하나의 서사를 모으고 있다”는 현장 연구자의 말처럼, 한국 생태의 오래된 질문이 다시 현재형으로 돌아왔다.

DMZ에서 포착된 ‘증거의 조각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설상에서의 대형 족흔이다. 발자국의 보간과 보폭, 발가락의 각도, 앞뒤 발의 중첩은 중대형 고양잇과의 전형적 패턴을 시사한다. 같은 구간에서 확인된 신선한 배설물 일부는 비침습적 유전자 분석을 위해 채집됐고, 인근 소나무의 수피에는 높은 위치의 스크래치가 선명하게 남았다.

“발견 지점은 멧돼지와 노루의 이동로가 겹치는, 먹이 가용성이 높은 협곡입니다”라고 한 조사팀 구성원은 말했다. 그는 “한밤의 카메라트랩 연속 프레임에서 대형 포식자의 형체가 지나갔고, 꼬리와 어깨의 높이가 여타 중형 포식자와 차별됩니다”라고 덧붙였다. 아직 단정은 금물이지만, 복수의 지표가 하나의 대상을 가리키는 모양새다.

국경을 넘는 길, 호랑이의 보이지 않는 회랑

백두산 호랑이는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 동북부를 중심으로 생존해 왔고, 최근 수십 년간 소규모 개체군이 북측 산악지대를 통해 남하했을 가능성이 논의돼 왔다. 만주와 함경산맥의 능선, 강줄기의 하안단구, 숲과 초지의 모자이크는 포식자의 장거리 이동에 적합한 회랑 기능을 제공한다. 먹이 자원으로는 노루, 멧돼지, 고라니 같은 유제류가 주로 거론된다.

현장 기록에 따르면, 겨울철 설피 위에서 호랑이의 징검걸음은 매우 효율적이며, 인적이 드문 완충지대는 자연스럽게 보호막 역할을 한다. 남북을 가르는 경계선이 아이러니하게도 생태의 이동통로가 되는 역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라졌다’는 믿음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20세기 전반의 집중 포획, 전쟁과 서식지 파괴, 그리고 급격한 개발은 한반도에서 대형 포식자의 명맥을 끊었다. 문헌에는 반복적으로 ‘국내 멸종’이라는 표기가 등장했고, 대중의 기억도 그 언어를 흡수했다. 그러나 서식 범위가 넓고 행동권이 변동적인 포식자는, 드물지만 회귀적 출현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종종 간과됐다.

“문헌상의 종말과 생태계의 지속 사이에는 늘 간극이 있습니다”라고 한 생태사 연구자는 말한다. “증거의 부재는 존재의 부정이 아니라, 탐지의 한계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DMZ의 보루, 그리고 불확실성

비무장지대는 사실상 거대한 완충지대이자 ‘의도치 않은 보호구역’으로 기능해 왔다. 낮은 인위적 교란, 폭넓은 서식지 이질성, 제한된 접근성이 멸종위기종의 피난처를 제공한다. 동시에 지뢰와 군사적 제약, 표본 채집의 어려움은 과학적 검증을 지연시킨다. “추적은 가능하지만, 확증은 어렵다”는 현장의 체감이 여전하다.

이 때문에 데이터의 편향을 줄이는 장기 모니터링과 교차 검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한시적 이벤트보다 축적된 시계열이 진실에 더 가깝다는 교훈이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현실적 다음 단계는 과학, 외교, 지역이 맞물리는 협치다. 다음과 같은 조합이 특히 현실적으로 거론된다.

  • 국경 초월 카메라트랩 네트워크와 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
  • 배설물·털 기반의 유전자 분석 및 개체 식별 프로토콜 표준화
  • eDNA 같은 비침습 기법을 이용한 하천·토양 모니터링
  • 가축 피해 보상과 예방시설 지원을 통한 지역 신뢰 확보
  • 밀렵 대응 합동 단속과 법·제도 정비

이 조합은 과학적 정밀도와 사회적 수용성을 함께 높인다. 무엇보다 “데이터는 공유될 때 힘을 발휘한다”는 원칙이 재확인돼야 한다.

시민의 눈, 문화의 힘

호랑이는 한국 문화에서 오랫동안 상징이었다. 민화의 호령, 설화의 수호, 스포츠의 엠블럼까지, 집단 정체성의 깊은 층위를 차지한다. 그 상징은 과학적 관찰을 북돋는 사회적 동력이 될 수 있다. “시민 과학은 희귀종 탐지의 빈틈을 메웁니다”라고 한 활동가는 말한다. 군사보안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합법적 경계 밖 탐문, 발자국 기록, 소리 채집 같은 참여가 촘촘한 지도를 만들어 낸다.

다만 무분별한 유입은 종과 서식지에 부담을 준다. 시민 참여는 ‘거리 두기’라는 윤리와 안전 수칙 위에서만 의미가 있다. 과열된 호기심이 아닌, 차분한 연대가 필요하다.

다음 겨울을 기다리며

눈의 계절은 대형 포식자 추적에 가장 유리하다. 1~2월은 교미 시기와 겹쳐 활동 반경이 넓어질 수 있고, 신선한 슬라이드 마크스크래치가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이때의 다기관 합동 조사와 표준화된 보고 체계는 ‘산발적 목격’을 ‘검증된 기록’으로 바꾸는 결정적 열쇠가 된다.

어쩌면 우리는 사라졌다고 믿었던 존재와, 조심스레 재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정은 보류하되, 탐색은 지속하자. 오래된 과 냉엄한 경계선 사이, 우리의 상상보다 넓은 길이 아직 열려 있다.

김 지훈

김 지훈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을 담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다양한 도시에서 경험을 쌓으며 건축 저널리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C3KOREA에서는 건축 비평과 인터뷰를 주로 담당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세계 건축의 맥락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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