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은 오늘날, 제일 덩치가 큰 대상은 바로 건축일 것이다. 지어질 당시에는 하나같이 우리 삶을 위해 필요했던 소중한 시설이었으나, 시기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본래의 기능을 잃은 채 방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렇게 방치된 산업유산들의 놀라운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쓸모없던 것으로 여겨졌던 버려진 건물이 새 생명을 얻어 다시 우리의 품으로 하나둘 돌아오는 것이다. 영국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현대미술관을 만든 산업유산 재활용의 성공이후, 오래되고 낡은 것들을 재생시켜 활용하는 것은 이제 어느 한 지역에서만 들려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역시 선유도 공원, 윤동주 문학관 등 그 장소에 쌓인 무형의 시간과 역사를 보존하며 활용하는 사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가히 ‘건물 재활용의 시대’라 부를 만하다. 이 책에서 담아낸 유럽의 다양한 사례들이 우리 사회의 산업유산을 재활용하는 지혜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