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건축이 좋은 건축일까? 우리는 차창 밖의 빌딩이나 동네의 신축 건물, 언론에 오르내리는 유명한 건물들에 대해 평하곤 한다. 왜 DDP와 트윈트리타워를 랜드마크가 아닌 흉물이라고 논란을 일으켰을까. 단지 외향이 멋있거나 노출 콘크리트와 하이테크 기법으로 만들면 좋은 건축일까. 많은 사람들과 전문가들이 훌륭하다고 하면 그들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맞는 것일까. 우리가 건축을 바라보는 것은 어떤 상식이나 기준으로 건축을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 이경훈 교수는 서울시 도시계획 의원회의 일원으로 도시를 연구하는 건축가이다. 저자는 우리가 모호한 기준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생긴 편견을 바탕으로 건축을 판단했던 것을 뒤집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건축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건축을 바라보는 기준을 제시하고, 그 독해법을 알려준다. 서울에 있는 대표 건물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서, 서울 시민의 행복을 가로막는 대표 건축물 또한 콕 집어 설명하고, 서울을 살리는 건축물로 DDP와 트윈트리타워를 예로 들기도 한다.
건축에 조금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의아할 수도 있다. 이 두 건물은 랜드마크와 흉물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건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건축을 평가할 때 건물 자체만을 놓고 평가한다. DDP의 경우도 외향이 너무 낯설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도시의 건축은 하나의 오브제로 바라볼 게 아니라 도시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변의 맥락과 땅의 쓰임과 형태에 대한 고려, 즉 도시의 관점에서 건축을 바라보면 못된 건축과 착한 건축이 쉽게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그동안 못된 건축이라고 생각했던 건축물이 왜 착한 건축이며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도시적 건축이라는 면에서 설명한다.
못된 건축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지만, 건축과 도시, 그리고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따스하고 친절한 시선은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모호하게 에두르지 않고 정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건축을 도시의 관점에서 읽는 시선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같다. 저자가 그토록 도시적 건축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건 단순히 건축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도시에서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어떤 건축이 못된 건축이고, 서울에 꼭 필요한 착한 건축인지 건축가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