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무엇이든 잘해야 한다. 일도 사랑도, 심지어 쉬는 것까지도 잘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인은 쉬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만 잘하려 한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쉬었다가는 금방이라도 뒤처질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현대인은 블록마다 하나씩 있는 카페에 앉아 있기도 하고, 따로 시간을 내 근교로 나가 캠핑 즐기기도 한다. 현대 도시에는 어디든 쉴 곳이 충분하다. 그런데도 현대인은 피곤하다.
이 책의 저자인 건축학자 이상현 교수는 이러한 피로사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현대인의 의식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카페에서는 커피만 마시고 마트에서는 쇼핑만 한다는 것처럼, 고정관념을 가지고 공간을 바라보기 때문에 현대인은 흔하게 널려 있는 휴식 공간에서조차 제대로 쉬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색안경을 벗고 마음을 조금만 달리 먹어 얼마든지 공간을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진정한 쉼은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에 있다.
저자는 총 2장에 거쳐 피로사회의 근원부터 고찰하고, 휴식을 방해하는 일상의 공간과 시간에 대해 살펴본 뒤, 우리 곁에 있는 13곳의 휴식 공간을 제안한다. 이를 라운징Lounging이라 명명했다. 여기서 라운징은 Lounge에 ing를 붙인 말인데, 사람을 만나고 쉬는 라운지와 같은 공적 공간에서 타인과 함께 있되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심리적 거리를 확보하며 몸과 마음을 가볍게 쉬는 것을 뜻한다.
열세 곳의 라운징은 총 네 가지 측면을 고려해 선정됐다. 그 측면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간의 주인 되어보기, 둘째, ‘다른 나’가 되어보기, 셋째, 프라이버시 균형 잡기, 마지막으로 공동체 의식 즐기기다.
선정된 열세 곳의 라운징은 카페, 도서관, 마트와 시장, 도심 속 쉼터, 똑똑한 오피스, 독신자를 위한 공간, 식당, 박물관, 사이버공간, 공원, 길거리 카페, 공항, 캠핑장 텐트로 모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평소 의식하지 못했던 공간들이다. 또한, 이곳은 모두 한적한 공간이 아닌, 라운징의 사전적 의미처럼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공간이다. 기분 좋은 북적거림은 지친 우리의 몸을 편안하게 해주고 심리적인 안정감과 위로를 건네며 창의력을 북돋는다.
지금 당장 한 손에는 책을 들고, 가벼운 복장을 갖춘 뒤 라운징으로 나가보자. 저자가 말한 대로 ‘다른 나’, ‘공간의 주인’이 되어 공간에 우리의 몸과 마음을 맡겨보자. 진정한 쉼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