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중 숲속에서 들려온 울음소리를 따라간 남성이 마주한 잊지 못할 장면

2026년 01월 06일

새벽 공기가 얇게 내려앉은 산길이었다. 젖은 흙 냄새와 솔향 사이로, 어딘가에서 끊기듯 새어 나오는 울음이 그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바람 소리도 아닌데, 새 소리도 아닌데,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그 음색. 그는 이어폰을 빼고 숨을 고르며 귀를 기울였다.

“지금 아니면, 놓치겠다.” 그는 그렇게 혼잣말을 던지고, 소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조심스레 발을 들었다. 산은 언제나처럼 조용했지만, 그날은 유독 모든 나뭇잎이 그를 응시하는 듯했다.

낯선 울음의 방향으로

그가 걸음을 옮길수록 울음은 짧아지고, 간격은 빽빽해졌다. 미끄러운 비탈을 내려서자 셀 수 없는 가시덤불이 길을 막았다. 그는 장갑을 끼고 손등으로 살짝 가지를 밀어내며, 소리의 중심을 찾아 들어갔다.

작은 도랑을 건너는 순간, 흙빛과 이끼빛 사이에서 눈동자 하나가 반짝였다. 고라니 새끼였다. 가는 다리가 덜덜, 숨은 가빠웠다. 그는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나무 사이에서 발견한 진실

그는 지역 야생동물 구조센터에 연결했다. “새끼가 가시에 걸려 움직이지 못해요.”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의도는 분명했다. 수화기 너머 상담사는 차분하게 말했다. “먼저 거리를 유지하고, 냄새가 남지 않도록 접촉을 피하세요. 어미가 근처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는 한 걸음, 또 한 걸음 물러섰다. 손에 쥐었던 생수병도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 사이 새끼는 낮고 매달린 가시에 옆구리가 긁힌 듯 보였지만, 치명상은 없어 보였다. “여기서 30미터 정도 더 떨어져 지켜봐 주세요. 소리를 줄이고, 바람을 등지세요.” 상담사의 지침은 곧 의식이 되었다.

작은 구조, 큰 파장

30분이 지나자 숲은 다시 자기 호흡을 찾았다. 바람이 조금 달라지고, 그림자의 결이 부드러워졌다. 그때, 능선 쪽에서 조용히 미끄러지듯 어미가 나타났다. 그는 숨을 멈췄다. “이 장면을 절대 흔들리지 않게.” 그의 위태로운 심장이 속삭였다.

어미는 멈춰 서서 공기를 읽었다. 그리고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세 번, 아주 낮게 울고, 마지막 한 번은 하고 끊었다. 새끼의 울음이 조용히 접혔다. 어미는 조심스레 가시를 으로 밀어내 새끼의 옆구리를 풀었다. 그 동작은 칼날처럼 정확했고, 물결처럼 온화했다. 둘은 몇 초간, 코끝을 맞댔다. 시간은 갑자기 두꺼워지고, 숲은 한 장의 사진처럼 고요해졌다.

그는 그 순간을 “무언가가 나를 정화하는 느낌이었다”고 기억한다. “몸 안의 소음이 꺼지고, 오로지 존재만이 남는 순간이랄까요.”

그날 이후 남성이 배운 것

센터에서는 그에게 “야생의 탄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인하다”는 말을 남겼다. 실제로 많은 새끼 고라니가 어미가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 엎드려 기다리며, 사람의 접촉은 더 큰 위험을 부른다는 것이다.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는 그 문장을 오래 곱씹었다.

그는 내려오는 길에 작은 쓰레기 몇 개를 줍고, 사진 대신 기억을 챙겼다. “내가 한 건 거리를 두는 것뿐인데, 그게 가장 도움이었어요.” 그 말이 묘하게 안심을 줬다.

비슷한 상황에서 기억할 점

  • 우선 거리 30m 이상을 유지하고, 직접 접촉하지 않는다.
  • 즉시 지역 야생동물 구조센터나 119에 신고하고 지침을 받는다.
  • 소리와 냄새를 최소화하기 위해 말과 움직임을 줄이고, 바람을 등진다.
  • 새끼가 즉각적 위험(도로, 포식자, 깊은 웅덩이)에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개입하고, 그 외에는 관찰한다.
  • 위치를 지도에 표시해 구조대에 정확한 접근을 돕는다.

숲이 전해준 메시지

그날 이후 그는 산에 오를 때마다 가벼운 종이봉투를 챙긴다. 비닐 대신 바스락거리는 종이를, 다급함 대신 인내를. “도와야 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구분하는 일, 그게 우리가 배워야 할 야생의 문법 같아요.” 그의 말은 오래된 등산로 표지판처럼 담백하게 남는다.

숲은 여전히 깊고, 길은 여전히 좁다. 하지만 그는 안다. 어떤 도움은 조용함으로, 어떤 용기는 기다림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그날의 장면은 그의 머릿속에서 아직도 반짝이고,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지핀다. 그리고 그는 다시 발걸음을 떼며, 자신에게 낮게 말한다. “때로는 한 걸음 뒤로, 그게 결국 한 생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김 지훈

김 지훈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을 담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다양한 도시에서 경험을 쌓으며 건축 저널리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C3KOREA에서는 건축 비평과 인터뷰를 주로 담당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세계 건축의 맥락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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