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집을 꿈꾸십니까?’라는 질문에 누군가는 저 푸른 초원 위에 지어진 그림 같은 집을, 누군가는 으리으리한 대궐 같은 집을, 그리고 또 누군가는 멋진 도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마천루의 집을 그릴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내가 사는 이 집이 내가 꿈꾸는 그 집과 다르다는 점이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현실에 주목한다. 그리고 집을 두 종류로 구분해 우리의 현실을 설명하는데, 그 구분의 기준이 꽤 흥미롭다. 누구나 살고 싶은 집, 희망주택. 그리고 누구나 살아야만 하는 집, 저렴주택이다. 전자가 이상적인 집이라면, 후자는 현실적인 집이다. 이 책은 이 두 가지 키워드로 근대부터 현재까지 한국인이 살아왔던 집의 역사를 되짚는다.
먼저 첫 장에서는 한국인들의 희망주택을 살펴본다. 문화주택, 2층 양옥주택, 전원주택, 타운하우스,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까지, 총 다섯 가지 주거 유형을 예로 들어 그 근원은 어디인지, 그것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정착해 마침내 희망주택에 등극하게 됐는지를 흥미롭게 뒤쫓는다. 그리고 여기서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아낸다. 모두 외국, 특히 제국주의 국가인 영국과 프랑스에서 시작된 주거 형태이며, 우리는 그나마도 일본이나 미국 등을 거쳐 또 한 번 여과된 상태로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의 꿈의 집이란 사실 제국주의의 주택이 한국 실정에 맞도록 조정된 주택과 다름없다는 씁쓸한 결과만을 남긴다.
다음 장에서는 지극히 서민적인 집,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이들의 집, 저렴주택을 얘기한다. 저자는 저소득층, 소형, 임대라는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주택을 저렴주택이라 정의하면서, 셋방, 옥탑방과 지하방, 연립, 다세대, 고시텔, 오피스텔, 공공임대주택 등 곳곳에 존재하는 저렴주택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그 과정에서 여기에 거주하는 이들은 단순히 저소득층뿐이 아니라, 주택시장의 초입자도 포함된다는 점을 짚어낸다. 대학생, 직장인, 신혼부부 등, 인간은 생애주기 상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유형의 주택에 거주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시간은 생각보다 길기 때문에 우리는 상당한 기간을 저렴주택에서 살게 된다고 결론짓는다.
책 뒷부분에 이르러서는 계층별 주거지 격리현상과 도심 공동화 현상 등의 사회문제를 살펴보면서 앞으로 우리는 어디서 살게 될까를 고민해본다.
집의 역사를 인간의 욕망과 연계해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안내하는 이 책과 함께 주거, 그 이면에 숨어있던 사회적인 관계망들을 찾아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