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천건축아카이브에서는 한국 현대건축사의 토대를 다지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1세대 건축가들의 증언을 기록한 구술집 시리즈를 펴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정식을 시작으로 안영배, 윤승중, 원정수·지순, 김태수, 4.3그룹까지, 모두 우리나라의 고도 경제성장기에 저마다의 믿음과 방식으로 건축을 실천하며 현대건축의 기반을 형성한 이들이 지금까지 출간된 여섯 권의 주인공들이다.
그 일곱 번째 기록의 대상은 바로 김종성이다. 앞서 소개된 건축가들과 같은 세대에 속하지만, 서울대학교 건축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1956년 미국 일리노이공과대학(IIT)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그들과는 또 다른 궤적의 길을 걸어온 이다. 구술집에는 김종성과 채록연구자 4인(최원준, 전봉희, 우동선, 남성택)이 약 1년 여, 13회에 거쳐 나눈 이야기들이 연대별로 구분한 총 13개의 장에 자세하게 수록된다.
그의 본격적인 건축 여정은 대학 진학 전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1장을 거쳐, IIT로 유학을 떠난 2장에서부터 시작된다. 김종성의 건축 인생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바로 미스 반 데 로에다. IIT에서 미스 반 데어 로에를 사사하고, 12년 간 그의 사무실에서 일했으며, 이후에는 미스의 뒤를 이어 IIT의 교수, 부학장, 학장서리로 후학을 양성하면서 그의 건축 이념을 계승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김종성이 들려주는 미스와 IIT 교육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20세기의 거장인 미스 건축의 본질과 그 유산에 관한 소개인 동시에, 미국으로 건너가 꽃을 피운 바우하우스의 교육에 관한 생생한 기록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6장에서는 김우중 회장을 만나 힐튼호텔(1978) 설계를 맏게 된 이야기, 그리고 이 작업을 시작으로 서울건축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국내 활동을 펼치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7~12장까지는 대표작인 육군사관학교 도서관(1982), 서울올림픽 역도경기장(1986), 경주 선재미술관(1991), SK사옥(1999)을 중심으로, 교육시설, 사무소, 미술관 및 박물관 등 건물 유형에 따라, 그의 건축 세계를 이끄는 특유의 테크놀로지와 논리가 어떻게 달리 적용되고 있는지를 소개한다.
모듈의 크기에서부터 재료 선택, 부재 연결 방식까지, 각 작품에 일관성 있게 적용된 구축적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명료한 건축 언어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시각자료 위주로 편집된 기존의 작품집들을 참조하면 심도 깊은 구술집의 내용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테크놀로지와 예술 사이에 있는 김종성 건축의 진면목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