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처럼 바라본다, 세상을, 건축을” 소위 ‘괴짜 건축가’라고 불리는 문훈은 독창적인 건축 행위로 국내외에서 파격적인 인상을 남겨왔다. 사탕, 달, 나비를 닮은 집들은 그가 얼마나 개성 넘치는 건축가인지 보여준다. 항간에서는 그의 창의성은 해외에서 지냈던 청소년기와 유학 시절의 자유로운 성장환경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이토록 개성이 강한 디자인이라면 건축가의 욕망 때문에 건축주의 희생이 뒤따랐을 거라는 말도 들려온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첫인상이 주는 파격과 달리, 그의 건축은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공간으로 채워져 있으며 특별한 형태를 요구하는 것은 건축가가 아니라 의뢰인 쪽이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저자가 20년 넘게 전국의 건축 현장을 누비며 경험한 생생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그간 설계한 건축물들 가운데 대표 사례들을 선별하여, 설계 수주에서 디자인과 시공까지 겪은 다사다난함을 알려준다. 또한, 사례마다 다른 스토리와 저자가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 그것을 구체화하는 과정 등을 각종 시각 자료와 함께 소개한다. 특히, 의뢰인과의 갈등을 해결하고 의견을 조율해나가는 방식 또한 주목할 만하다.
총 5장으로 나뉘는 구성으로 앞의 3개의 장은 각각 대지, 디자인, 건축 의뢰인이라는 주제로 저자의 작품들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핀다. 매 작업마다 다른 건축주와 다른 여건때문에 전문가인 건축가도 항상 예기치못한 상황에 닥친다. 이 장에서는 작품별로 다른 이야기를 통해 작업 당시 저자가 겪은 경험과 노하우를 엿볼 수 있다.
제4장 ‘디자인의 현실화’에서는 허가, 감리, 실시 도면, 예산 등 건축의 이론이나 철학이 아닌 현실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들을 다룬다. 이를 통해 건축 과정에서 빈번하게 맞닥뜨리는 시행착오와 난관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마지막 5장에서는 필력 좋기로 소문난 저자가 각 작품에 관한 예술적 사유를 글로써 표현한다.
건축가 문훈은 건축가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치밀하게 고민하는 자는 당할 수 없다며 의뢰의 역할과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 책을 통해 디자인을 완성하겠다는 의지와 의뢰인과의 끈기와 노력, 시공자의 성실함이 결합하여 자신만의 행복한 공간을 얻을 수 있다고 전하는 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