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 무언가 사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성당에 가면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도 신성한 분위기에 저절로 손이 모인다. 이처럼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특정 공간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는 그 이유를 심리학과 신경과학, 건축학과 공간디자인의 경계에서 생겨난 심리지리학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심리지리학은 공간에 대한 우리의 반응, 몸의 자세, 시선, 뇌 활동 등을 다루는데, 나도 모르는 새 어느 곳을 가든지 간에 우리의 신경계와 마음이 조종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경과학자이자 디자인 컨설턴트인 콜린 엘러드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공간에 대한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직접 펼쳐본 실험을 통해 그 이유를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건축에서부터 과학, 심리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다룬 공간을 설명한다.
자연을 선호하는 인간의 성향을 시작으로, 사람의 감정인 사랑, 욕망, 불안 등을 장소와 연관해 내용이 진행된다. 다양한 감정의 원인을 공간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건축물이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실험을 통해 보이는 결과는 특히 가상현실과 깊게 관련돼있다. 가상 주거공간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헬멧을 쓰고, 안에 부착된 소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가상현실을 체험하는데, 모두 보여주는 이미지에 따라 다른 반응을 한다. 이 결과를 통해 우리는 각기 다른 사람들이 어떤 집을 가장 선호하는지, 집 안의 어떤 공간에서 만족감을 느끼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인간의 욕망은 박물관, 카지노, 쇼핑몰과 한 데로 엮인다. 그중에서도 박물관에 대한 내용은 가상현실이 생활 곳곳에 침투하면서 사람들의 반응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다. 전시에 따라 관람객의 감수성이 달라지면서, 박물관 체험 자체가 변화한다. 석관에 누운 미라, 오래된 조각과 보석, 도자기를 들여다보면서 감흥을 느꼈던 과거 시대의 아이들과 달리 현시대의 아이들은 플라스틱 모형, 증강현실 화면에 더 흥미를 느낀다. 이 결과는 앞으로 지어질 박물관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처럼 건축물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 과학과 건축이 발전할수록 더 밀접하게 관계될 것이다. 부동산에서 뇌파 감지기를 볼 수 있는 그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