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와 유리, 금속은 모두 이 시대의 현대 건축물에 애용되는 대표적인 재료들이다. 하지만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건축이 선호하는 재료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건축 재료는 시대와 문화, 그리고 지리적 위치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건축 재료의 역사는 곧 건축의 진화와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도 기나긴 건축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건축물의 형태와 구축 방식을 결정짓는 열쇠가 다름 아닌 ‘재료’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어떤 재료를 어떤 기술로 가공하느냐에 따라 그 시대 특유의 건축 양식이 탄생하고, 문화의 발전은 다시금 건축 재료의 생산기술과 건축 시공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지며 건축의 질적 향상을 끌어내는 이유에서다.
이렇듯 건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건축 재료. 그에 대한 국내 건축전문가 11인의 깊이 있는 고민과 실험의 결과물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건축을 유형으로 보지 않고 재료라는 물성으로부터 사유하면 본질에 이르는 다른 길이 있지 않을까? 건축의 실존은 공간과 장소에 있지만, 질료로 전해지는 촉감의 소리를 들을 수는 없는 것일까? 정신이 들어 몸이 깨어나듯 건축이 깨어나기 전에는 흙이고 나무고 철이고 유리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건축가는 재료를 통해 무엇을 구현하는가? 5명의 건축가와 6명의 건축학자들은 바로 이 질문들의 대답을 찾아가기 위해 각자의 방식대로 탐색을 시작한다.
책은 건축 재료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글로 시작한다. 선사시대부터 산업사회, 현대사회까지, 시대에 따라 각각의 재료들이 어떻게 등장하고 사용되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그 외에도 1980~90년대를 풍미한 반형태주의적 건축 경향에서 드러나는 재료성을 분석하는 등,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변화하는 재료의 미래를 내다보기도 한다.
또한, 다섯 명의 건축가는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었던 재료의 역할과 신재료를 발견하기까지의 과정들을 서술한다. 소금 벽돌처럼 새로운 재료를 찾아내기 위해 시도했던 다양한 실험과, 공예품에만 사용됐던 대나무를 건축 재료로 활용하면서 겪은 장단점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초고성능 콘크리트처럼 첨단기술로 무장된 재료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냄으로써 신재료의 가능성까지도 함께 소개한다.
건축학자와 건축가, 젊은 건축가와 기성건축가 등 필진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만큼, 이론의 영역부터 실천의 영역까지 건축 재료에 대한 모든 것을 한번에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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