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아마도 지난날의 모든 슬픔을 기억한다면, 인간이라는 나약한 존재는 다시금 삶을 영위해가기 어렵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적어도 사회는 아픔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겪었던 아픔, 그들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무엇보다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것은 현장, 공간, 바로 건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 역사의 아픔이 서린 공간과 건축물에 대한 답사기이자, 그곳에 깃든 이름들을 호출하는 레퀴엠이다. 저자는 고문의 비명이 울렸던 남영동 대공분실부터 주검들이 덧쌓였던 서대문 순교성지, 노란 리본이 물결치는 세월호 추모관까지, 수많은 아픔의 공간을 방문하고 그 공간들을 상세하게 서술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곁의 누군가가 겪어야만 했던 슬픔에 진심으로 ‘공감’하기를 권한다.
사회적 고통의 공간을 망각이 아닌 기억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한 번쯤은 그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를 내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