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한옥 마을, 삼청동, 가회동 등 고즈넉한 한옥이 모여 옛 전통을 간직한 동네들은 서울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명소로 꼽힌다. 오랜 시간 동안 보존되어 온 이런 한옥촌들이 대부분 1920년대 이후 근대 시기에 부동산 개발로 만들어진 사실을 알고 있는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서울의 한옥 마을이 경성의 한 부동산업자가 계획적으로 택지를 조성하고 건물을 지어 분양한, 일종의 ‘뉴타운’이었다고 설명한다. 당시 ‘건축왕’이라 불리던 부동산 업자 정세원은 익선동 개발을 시작으로 가회동과 삼청동 일대 한옥마을 등 경성 전역에 한옥 단지를 대규모로 조성한 인물이다. 낙후된 지역 전체를 재개발하는 것처럼 당시에도 근대 도시화 과정에서 발생한 도시,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지 개발이 이루어졌다.
정세원은 주거 단지를 만들어 많은 사람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개발자로서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도시 발전을 주도했다. 이 책은 가치 있는 건축을 한 인물 정세권의 이야기를 최초로 기록한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 후 낡고 오래된 전통에서 새롭고 편리한 근현대 문명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급속한 도시화에 인구가 경성에 집중되며 각종 도시와 주거 문제에 부딪혔다. 조선인 개발자들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 일본인에게 떠밀려 그마저도 있던 주거 지역까지도 위협받은 조선인들을 위한 대규모 한옥 단지를 건설했다. 정세권은 그 중심에서 기존의 토지나 택지를 쪼개 여러 채의 작은 한옥을 대량 공급하는 사업을 펼쳤다. 그는 식민지 지배 속에서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조선인을 위한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민족자본가로서 민족운동에 재정적으로 기여하고 물산장려에 앞장서며 물심양면으로 조선 발전에 힘을 보탰다. ‘집장사’라는 오명과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조선인의 주거 방식을 개혁했다는 점에서 그의 업적은 높이 살만하다. 뿐만 아니라, 주택임대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주거촌이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귀중한 문화유산을 창조한 시조가 된 셈이니 건축계에서는 중요하게 다룰만한 인물이기도 하다.
저자는 도시계획과 부동산 개발에 대해 현재의 관점에서 당대 이루어진 개발을 조명하고 가치를 평가한다. 서울 곳곳의 역사를 알려주면서, 과거의 도시 개발과 도시 재생이 현재와 미래까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