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코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안도 다다오 등 해외의 거장 건축가들은 저마다의 언어를 통해 자신의 건축을 표현한다. 한국 건축가 중에도 건축가론 혹은 건축가의 언어를 내세우는 이가 있을까.
이 책은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건축가 중에서도 눈에 띄는 개념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건축가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하나의 언어로 집약하여 설명한다. 단순히 하나의 언어로만 그 건축가를 규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건축가의 생각을 확장시키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시리즈로 진행될 ‘건축가 프레임’의 첫 주자는 조병수, 김승회, 김호민 건축가이다. 각각 땅집, 주택의 유형, 세포라는 프레임 안팎으로 건축가가 고민한 내용을 담는다.
먼저, 조병수의 ‘땅속으로 집, 땅으로의 집’에서는 저자의 땅집 프로젝트 4작에 대한 설명과 어린 시절 땅과 관련한 문학적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자의 건축은 담백한 실용미가 돋보이지만, 직설적이면서 세련된 감수성까지도 아우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책은 오로지 땅집에만 주목한다. 땅에 묻혀 하늘을 바라보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땅집을 통해 저자의 땅에 대한 애착과 감성을 보여준다. 염혜원 드라마터그가 저자가 지은 ‘ㅁ자집’에 머물며 쓴 글은 한편의 시나리오처럼 공간 구조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김승회서울대 교수의 ‘주택, 삶의 형식을 찾아서’에서는 누구보다 주택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 온 저자의 주택 작업만을 집약해 소개한다. 프로젝트들을 형태적으로 채와 간, 단일매스와 박스 유형으로 분류하고, 유형을 넘어서 신도시의 주택과 전원주택, 타운하우스 등으로 나누어 살핀다. 규모와 형태, 구성 등이 다른 다양한 주택을 통해 오랜 탐구 끝에 다듬어진 저자만의 건축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김호민의 ‘세포적 건축’은 세포라는 소재로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건축을 선보인다. 젊은 건축가로 아직은 건축가로서 철학이나 이론을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지만, 몇몇 작업을 통해 반복적인 패턴이나 시스템에 관한 실험을 보여준다. 건축을 세포로 정의해 세포라는 생물학적 단위와 개념이 어떻게 건축에 적용되는지 알 수 있다. 다른 두 책과 달리 저자의 유학 시절 이야기, 공모전, 초기 프로젝트를 다뤄 한창 건축을 배우는 학생들이 읽기에 좋다. 세 건축가마다 다른 건축 이야기를 골라보는 재미를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