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사람들은 ‘건물’과 ‘건축’, 두 단어의 어감 차이를 어림짐작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둘의 경계는 모호해서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 책은 건축 언어의 본질적인 정의에 대해 시원한 해결책이 되어준다.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개념들과 같은 맥락으로 건축을 소개한다. 건축을 언어에 빗대며, 문자가 같더라도 일상 속 직접적인 언어와 문학 작품 속 은유적 언어의 의미가 다른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은유, 비유의 표현적 언어는 전체의 맥락을 파악해야 이해가 가능한 것처럼 건축 또한 전체 맥락의 흐름 안에서 각 요소를 들으며 설명한다. 저자는 60여 년의 다양한 건축 교육 경험을 토대로 우리에게 건축 디자인의 핵심 요소를 보여준다.
먼저 도입부 ‘요소들’ 섹션에서는 분석, 개념, 재현 세 개의 장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시각적 언어와 비판적 사고 능력을 개발하는데에 필요한 핵심 요소들을 다룬다. 이어지는 ‘주어지는 것들’에서는 어떤 디자인 프로세스에서든 반드시 주어지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요소 중 세 가지인 프로그램, 컨텍스트, 환경을 이야기한다.
다음으로 ‘물리적 실체’인 매스, 구조, 표면, 재료를 소개한 후에 이들만큼 분명하지만 더욱 ‘일시적인 실체’에 해당하는 공간, 스케일, 빛, 움직임을 살핀다. 이들 네 가지는 물리적 실체들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개념적 장치들’에서는 우리가 건축의 시적인 요소라고 생각하는 개념적 장치들, 즉 대화, 비유, 낯설게 하기, 변형을 다룬다. ‘조직적 장치들’에서는 건축의 다양한 조직적 장치들을 운영하는 문제, 즉 사회기반시설, 기준점, 질서, 그리드, 기하학을 논한다. 마지막 ‘시공 가능성’에서는 건축가가 시공을 위한 가능성으로 고려할 수도 있는 제작과 조립 건축을 논의한 후 건축가와 건축과 학생들의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장점이라 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건축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부터 건축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 건축 디자인을 가르치는 교수, 실무에 종사하며 자신이 잊고 있던 것들을 일깨워주길 바라는 사람까지 다양한 독자를 겨냥한다. 특히 각 장에 제시되는 건축 개념어에 맞춰 분명한 시각적 자료를 예시로 드는 것이 눈에 띈다. 거장의 작품부터 학생의 작품까지 다양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주제마다 간결하지만 깊이 있게 전개되는 이 책은 저자의 친절한 수업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