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의 50가지 색조: 뉴멕시코 산타페 건축가의 가이드

2025년 11월 10일

갈색의 50가지 색조: 뉴멕시코 산타페 건축가의 가이드

올여름 8월의 어느 오후, 산타페에서 휴가를 보내던 나는 주거 지역을 천천히 거닐고 있던 중 작업복을 입은 한 젊은이의 다가섰다.

그가 새멕시코의 메마른 억양으로 말했다.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형제님? 이 색이 괜찮나요?”

나는 에어팟을 벗고 “어… 왜요?”라고 replied. 그 남자가 집 페인터이며 자신이 작업 중인 집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잠시 걸렸다.

처음엔 그가 농담하는 줄 알았다. 그 집은 갈색으로 칠해지면서도 인근의 다른 집들처럼 보였고, 사실 산타페의 거의 모든 건물도 비슷한 갈색 톤에 두꺼운 어도비(또는 모조 어도비) 벽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화가를 좀 더 자세히 보니 그는 진지했고, 그가 걱정하는 듯한 표정까지 보였다.

“이 색이 너무 주황색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가 말했다. “주인이 이 색을 고르긴 했는데, 제가 보기에 과해 보인다고 했어요.”

나는 눈을 약간 찌푸리고 이 색이 이웃들보다 조금 더 주황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확실히 가릴 수는 없었다. 그러다 이 화가가 아마도 산타페에 살며 이 지역의 집들에 자주 손을 대는 사람임을 깨달았고, 그의 색 감각은 나보다 훨씬 미세한 차이까지 민감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친숙함이 그를 일종의 감정가로 만든 셈이다. 이누이트가 눈에 대해 50단어를 가진다는 도시 전설이 있지만, 이 이야기가 담고 있는 일반적 진실은 바로 그 차이에 대한 전문가의 시선이 대중과 다르다는 점이다.

나는 화가에게 그 색이 멋져 보인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내가 그 지역 사람처럼 갈색을 볼 자격이 없다는 것을 속으로 알고 있었다.

미합중의 도시들 가운데 산타페처럼 건축적으로 응집된 곳은 드물다. 이는 상업시설, 정부 건물 그리고 주거 건물 전반에 걸쳐 푸에블로 부활 양식이 절대적으로 지배하기 때문이다. (여기 트레이더 조의 매장조차 푸에블로 부활 양식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도시가 연속적으로 단일하게 보일지라도, 그 자체로는 독특함을 갖춘다. 오늘날 맨해튼, 리야드, 싱가포르처럼 세계적으로 확산된 도시 단일문화에 대한 불만이 만연한 시점에서, 이 도시의 새 건물들이 흔히 매우 독특하더라도 그 환경과 구체적으로 소통하는 경우가 드물기도 하다.

산타페는 건축적 동질성 속에도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도심 지역, 특히 플라자 주변은 진정으로 마법 같은 매력을 지니며 다수의 건축 보석들로 가득 차 있다. 이 건물들의 각기 다른 이야기가 푸에블로 부활 양식의 모습을 더 선명하게 그려 주며, 이 양식이 의외로 미국 남서부 밖에서도 뿌리를 두고 있음을 보여 준다.

건축 애호가라면 산타페의 방문을 시작할 때 먼저 Plaza에 인접한 La Fonda on the Plaza를 찾는 것이 좋다. 이 호텔은 푸에블로 부활 양식의 모든 특징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이 양식은 고대의 원주민 어도비 건물들, 예를 들어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타오스 푸에블로와 같이 모티프를 모방한 건물들에서 본보기로 삼아 도시의 모습을 형성했다. La Fonda 역시 어도비의 외관을 모방하기 위해 스터코 마감으로 둘러싸인 벽과 함께 계단식 매스링, 둥근 모서리, 그리고 두꺼운 벽선을 갖추고 있다.

럭셔리한 호텔 대열에서도 La Fonda의 외관은 다소 간결하게 보인다. 다만 작은 돌출목재 기둥인 비가스(vigas)와 계단식 매스링과 파사드의 윤곽은 단조로움을 상쇄할 만큼의 시각적 다양성을 제공한다. (모두가 다 같은 운을 타고 난 것은 아니다. 모든 푸에블로 부활 양식의 건물이 다 그렇게 운이 좋은 것은 아니다. 많은 푸에블로 가옥은 덩어리처럼 뭉친 모습으로 흐트러지기도 한다.)

La Fonda의 현재 양식은 1922년에 개관했다. 이 건물의 설계자는 아이작 랩으로, 그를 “푸에블로 부활 양식의 아버지”로 칭한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산타페가 1609년 이래로 유럽인들의 지속적인 거주지였음에도, 20세기에 이르러서야 옛 선교 건물의 모습과 그 선교 건물들이 모티프가 되었던 원주민 푸에블로의 모습을 재현하는 ‘부활(리바이벌)’ 양식이 도입되었다는 점이다.

현대의 푸에블로 부활 양식의 지배력은 20세기의 법령들에 의해 강하게 뒷받침되었고, 특히 1957년 건축가 존 게임 미임 IV가 이끄는 위원회가 제정한 조례가 모든 산타페의 역사 지구 내 건물들을 ‘Old Santa Fe Style’로 건축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스타일은 ‘소위 푸에블로, 푸에블로-스페인 또는 스페인-인디언 및 테리토리얼 스타일’로 정의된다. 이 조례는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산타페의 시각적 응집성은 의도된 정책의 결과임을 의미한다. 내가 처음 산타페의 거리에서 페인트업자를 만났을 때 생각했던 것처럼, 이 도시의 외형은 단순히 ‘진짜 같아서’가 아니라, 정책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푸에블로 부활 양식을 창안하거나 적어도 체계화한 아이작 랩이 남서부 출신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랩은 뉴저지주 오렌지에서 태어나 내 집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살았고, 일은 일리노이에서 배웠다. 따라서 푸에블로 부활 양식은 이 지역의 모티프를 외부인이 해석한 결과물이다. 뉴멕시코에 뿌리를 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외부인의 시각으로 해석된 산물이기도 하다.

산타페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은 역설적이게도 푸에블로 부활 양식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다. 로레토 예배당은 미시시피 강 서쪽에서 처음으로 지어진 고딕 교회로, 그 양식의 모든 특징인 첨탑, 부처스(버트레스), 스테인드글라스를 지니고 있다. 1873년에 현지에서 채석한 사암으로 지어져 주변의 푸에블로 환경과 어울리며, 이 건물의 아름다움은 주변 환경과의 대비에서 더 돋보이도록 만드는 것이지, 이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면모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뉴욕 같은 더 복잡하고 시각적으로 붐비는 도시에서 같은 고딕적 디테일을 지켜보면 보는 이가 놓치기 쉽지만, 이곳에서는 그 디테일을 더 쉽게 감상할 수 있다.

예배당 내부에는 산타페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 명소 중 하나인 기적의 계단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예배당의 수녀들은 합창단의 난간으로 올라가기 위해 새로운 계단을 원했고, 목수의 수호 성인으로 불리는 성 요셉에게 아홉 날 간 기도했다. 열 번째 날, 도구와 건축 자재를 들고 나타난 한 남자가 있었고, 며칠 사이에 그가 지역에서 자생하지 않는 나무로 아름다운 나선형 계단을 만들어 냈다. 원래 계단에는 난간이 없었고, 마치 하늘로 이어지는 초현실적인 떠다니는 나선처럼 보였다. 남자는 작업을 끝내고 돈도 받지 않고 사라졌다.

사람들은 건조한 환경의 구축을 막연히 갑자기 나타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로레토 예배당의 계단처럼 말이다. 실제로도 위대한 건물들은 종종 도달해야 할 곳에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운명을 가진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산타페의 독특한 남서부 미학은 20세기에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그 선봉에는 뉴저지에서 온 한 명의 건축가가 있다.

이 모든 것이 주는 하나의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희망적인 메시지다. 우리의 도시들은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지 결정을 내리는 그 자체일 뿐이라는 것.

김 지훈

김 지훈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을 담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다양한 도시에서 경험을 쌓으며 건축 저널리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C3KOREA에서는 건축 비평과 인터뷰를 주로 담당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세계 건축의 맥락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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