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4일, 송은아트센터 신사옥 겸 갤러리 설계를 맡은 스위스 건축가 헤르조그 앤 드 뫼론이 한국을 찾았다. 
송은문화재단은 1989년 설립 이래 대치동 삼탄 사옥 내의 송은 아트큐브, 청담동 에 위치한 송은 아트스페이스, 그리고 최근 한시적 운영이 종료된 후 신사옥 건립을 준비 중인 도산대로 부지의 송은 수장고에 이르기까지, 여러 비영리 전시공간 운영을 통해 국내외 신진 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장을 마련해왔다. 
송은문화재단(이사장: 유상덕)은 지난 수 년간 다양한 전시 및 작가 지원사업을 활발히 진행해 왔고, 지금도 여전히 문화예술 분야에 깊은 관심과 열정을 쏟고 있다. 이처럼 역량 있는 한국의 신진 작가들에게 유익한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자 삼탄 & 송은문화재단의 신사옥 건립을 추진하게 되었다. 신사옥의 키워드는 ‘랜드마크’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돋보이는 수준 높은 건축물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실력 있는 국내 작가들을 재발견하는 기회를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어떻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랜드마크 빌딩을 건축할 것인가? 보는 이들의 이목을 끄는 혁신적인 건물 설계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건축가는 누구이며, 어떤 건축 설계사무소가 획기적인 디자인을 실현하는 동시에 주변 환경까지 배려하는 역량을 갖추었는가? 무엇보다도, 어느 건축가가 삼탄 &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을 미학적 가치를 지닌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여러 고민 끝에 재단은 스위스 건축사무소인 헤르조그 앤 드 뫼롱HdM을 떠올렸다. 매년 전세계에서 200건 이상의 건축 프로젝트를 의뢰 받는 건축사무소 HdM이 한국에서는 최초로 삼탄 & 송은문화재단의 신사옥 프로젝트를 맡게 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HdM의 공동 설립자인 자크 헤르조그Jacques Herzog와 피에르 드 뫼롱Pierre de Meuron은 지역 사회 및 대중과 함께 하는 건축물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보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HdM이 설계한 새로운 공간에서 열릴 전시도 지금껏 송은문화재단에서 운영 중인 공간에서 이루어진 모든 전시와 마찬가지로 관람객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송은문화재단은 국내 작가, 동시대 미술계 및 대중에게 지속 가능하고 의미 있는 교감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신사옥 건립을 통해 이러한 의지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삼탄 & 송은문화재단 신사옥 부지는 해외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 레스토랑, 바 등이 즐비한 청담동 교통의 중심지인 도산대로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청담동 일대는 법적으로 건축물의 고도가 제한되어 있음에 따라 3-4층 건물이 주를 이루고 있긴 하나, 상업지역과 주거지역 등 용도지역이 다양하게 이루어져있는 대지들은 일조권 사선제한 등의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건물마다 형태와 연면적이 상이한 결과를 낳았다. 이와 더불어, 도산대로변을 중심으로 급격히 진행된 지역의 변화 및 밀집화 현상으로 다양한 양식과 크기의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게 되었다. 

청담동의 중심에서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       

HdM은 신사옥 부지 면적에 따라 실현 가능한 최대 연면적을 고려하여 삼각형 형태의 건축물을 제시하였는데, 이를 통해 실제 사용면적을 최대화하고 국토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미학적 가치를 구현한다. 큰 길을 마주하는 신사옥의 높은 정면의 파사드는 도시 환경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며, 주택가와 인접한 후면의 경우 점점 높이가 낮아져 근처 주거 시설과 별다른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1층의 양 측면에는 보행자와 자동차의 출입을 위한 오목한 입구가 각각 하나씩 마련된다.

외부로 개방하여 도시와 하나가 되는 빌딩

지붕으로 덮인 통로는 중심가에서부터 건물 입구를 연결하며, 입구로 들어오면 아늑하게 벽면으로 둘러 쌓인 정원이 대중에게 상시 개방된다. 정원의 벽면에는 작은 문이 설치되어 보행자가 중심가에서 주택가로 진입할 수 있는 지름길을 제공한다. 입구 로비에는 대형 글라스월이 설치되어 있는데, 특별한 행사가 있을 경우 유리를 완전히 열어젖혀 로비 공간이 정원과 이어지게 된다. 입구 맞은 편에 위치한 경사로는 방문자가 편히 앉아서 영상을 관람하거나 2층 전시공간으로 연결되는 계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작은 부지에서 다양한 스케일의 문화예술 공간을 선사

로비에서 나선형 계단을 통해 2층 전시공간에 입장하면 중간 크기의 전시실과 길쭉한 형태의 리딩룸reading room으로 들어갈 수 있다. 리딩룸에는 정원을 볼 수 있는 큰 창문이 하나 있으며, 작은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진입하면 큰 전시실과 작은 전시실이 각각 위치해 있다. 대로변 쪽으로는 2-3층으로 이어지는 긴 유리창이 있어 전시실에서 도산대로를 조망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로 접근 가능한 지하2층의 전시공간은 지상 정원의 하부에서부터 도로면 방향 대지 끝까지를 잇는 형태이다. 주차장 램프 곡면 안쪽의 벽이 전시실 천장과 맞닿아 마치 조각으로 빚은 듯한 통로를 연출하고, 지하 2층 전시실에서부터 1층 로비까지, 그리고 로비에서 다시 지하까지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한다. 다소 거친 느낌의 콘크리트 벽면과 아울러, 마치 벙커를 연상시키는 지하 공간은 화이트 큐브인 지상 공간과 대비를 이룬다. 
강북과 강남의 전망이 한눈에 보이는 11층 삼각형 다락 공간은 사적인 예술 공간으로 활용된다.

“숨겨진 소나무” – 송은(松隱)의 얼굴          

콘크리트로 만들어질 신사옥은 창문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중심가를 조망하고 방향을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창문만 설치된다. 동쪽으로 나 있는 삼각형의 개방 공간과 북쪽 방향의 절개선은 사무 공간에 충분한 햇빛을 드리워 준다. 
콘크리트 표면은 나무결의 형태를 살린 우드보드의 거푸집공사를 사용하여 텍스처를 만들어 냈다. 우드보드의 패턴과 결은 건축물에 촉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동시에, 송은(松隱), 즉 ‘숨어있는 소나무’라는 의미를 시각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