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센 섬에 관광의 바람도 거세졌다. 팬데믹 이후 발길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일상은 예측 불가능한 소음과 끝없는 정체로 변했다. 주민들은 경제적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삶의 피로를 토로한다. “살기 위한 섬이 아니라 구경거리가 돼 버렸다”는 말이, 요즘 골목마다 회자된다.
분노가 쌓이는 일상
출근길에는 렌터카 행렬이 길을 막고, 퇴근길에는 내비가 샛길로 몰아넣은 차들이 마을을 가른다. 골목마다 불법주차가 들쑤시고, 야간에는 숙소 파티 음악이 창문으로 스민다.
“주말이면 가게 앞 쓰레기봉투가 산처럼 쌓여요. 수거가 늦으면 냄새가 동네를 덮죠.” 제주시 동네 카페 사장의 말이다. 해변 인근 주민은 “여름밤 폭죽 소리에 아이가 깨요. 부탁해도 한숨만 남아요”라며 고개를 젖는다.
바닷길에서도 갈등은 번진다. 스노클링 도중 해조류를 밟아 망가뜨리는 장면이 SNS에 확산된다. 어민들은 “포구에 렌터카가 가득해 그물 내릴 자리도 없다”고 하소연한다.
경제적 온기 vs 삶의 피로
관광은 분명 매출을 불러왔다. 성수기 숙박업은 활황, 음식점도 장사진이 일상이 됐다. 하지만 임대료는 급등, 청년은 내집을 꿈꾸기 어려워졌다. 도로와 상하수도 부담은 늘고, 일회용품과 생활 폐기물은 감당하기 벅차다.
한 소상공인은 “성수기 돈 벌어 비수기 버틴다지만, 인건비와 임대료 오르면 남는 게 없다”고 말한다. 주민 만족도는 하락, 지역경제의 체감은 엇갈린다.
지표 | 과거 | 최근 |
---|---|---|
주거비 | 비교적 안정 | 전반적 상승 |
교통상황 | 대체로 원활 | 상시 혼잡 |
쓰레기 배출 | 관리 가능 | 수거 과부하 |
소상공인 매출 | 계절별 변동 | 성수기 집중 |
자연 훼손 체감 | 낮은 우려 | 높은 경계 |
주민 만족도 | 보통 수준 | 눈에 띄는 하락 |
방문객 질서 | 비교적 양호 | 규범 이완 |
“관광은 우리 생계지만, 지금 속도는 모두를 소진시킵니다.” 한 마을 주민의 짧은 한탄이 섬의 현실을 또렷이 비춘다.
정책은 어디까지 왔나
제주는 주차 규제, 렌터카 총량 관리, 자연휴식년제 같은 제도를 손보고 있다. 환경부담금 도입, 성수기 예약제 확대, 특정 해변 수용력 관리도 검토 대상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규칙은 있어도 집행이 헐겁다”는 말이 잦다.
도청 관계자는 “관광의 총량과 질적 전환을 함께 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속도는 느리고, 피로는 빠르다”며 실효성 있는 집행과 상시 점검을 요구한다.
관광의 새로운 질서
지속가능한 방문을 위해선, 단기 대책과 장기 전환이 맞물려야 한다. 주민 권리를 중심에 두고, 방문객 책임을 분명히 하는 규칙이 필요하다.
- 방문세 도입과 사용처 공개, 붐비는 시·공간의 총량제 운영, 대중교통·자전거 전환 인센티브, 숙박의 지역 분산과 가격 신호, 주민 이익공유와 환경복원 기금
전문가들은 “섬의 수용력을 데이터로 가시화하고, 예약과 이동을 한 플랫폼에서 조율하라”고 조언한다. 기술은 수단일 뿐, 원칙은 ‘덜, 그리고 더 좋게’라는 방향이어야 한다.
여행자에게 드리는 부탁
섬을 사랑한다면 성수기를 피하고, 지역 규칙을 먼저 살펴보자. 차 대신 버스를 타는 하루가, 주민의 한 숨을 덜어준다. 쓰레기는 가급적 되가져가고, 일회용품은 줄이자. 산책로 밖으로 이탈하지 말고, 바위와 해조류에 손대지 않는 것이 바다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밤에는 소리를 낮추고, 숙소 앞 공간은 공공의 곳임을 기억하자. 줄을 서는 인내, 식당 예약의 작은 배려만으로도 갈등은 크게 완화된다. 여행이 남기는 것은 사진과 기억이어야지, 소음과 쓰레기가 되어선 안 된다.
“우리는 손님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다만 집을 지키고 싶을 뿐.” 바람이 쉬어 가는 저녁, 섬의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단단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속도 조절, 그리고 모두가 지킬 수 있는 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