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프라 공사 중 발견된 한 물체가 엔지니어와 역사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25년 12월 23일

지난주 인천 송도 지구의 지하철 연장 공사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물체 하나가 굴착기 버킷에 걸려 올라왔다. 거친 모래와 점토 사이에서 드러난 것은 손바닥 두 개 정도 크기의 금속성 원통이었다. 그 순간부터 현장은 공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의 발길로 분주해졌다.

발견의 순간

발견 지점은 해수면과 가깝고 지하수 흐름이 빠른 퇴적층으로, 통상적인 매설관과는 전혀 다른 형상이 눈에 띄었다. 표면은 어둑한 흑갈색 피막으로 덮여 있었고, 가장자리에 얇은 유리질 광택이 비쳤다. 현장 감독은 “처음엔 파이프 조각인 줄 알았지만, 딱 맞물리는 구조와 미세한 문양을 보고 바로 작업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복합 재료의 수수께끼

응급 세척 후 드러난 물체는 세 개의 회전 이 맞물리는 구조로, 내부에 미세한 나사식 이 정교하게 가공되어 있었다. 간이 분석에 따르면 구리와 주석, 소량의 은이 섞인 청동계 합금으로 추정되며, 소성된 탄소계 피막이 부식 진행을 지연시킨 흔적이 보였다. “내식성이 현대 합금과 유사하게 유지된 점이 놀랍다”고 서울과학기술대 금속재료학과의 김연수 교수는 말했다.

한편 외피의 유리질 코팅은 고온에서 소성된 에나멜 성분으로 보이며, 미세 균열 속에 점토계 광물 입자가 끼어 있었다. “바닷바람이 강한 지역의 소금기와 습기를 견디려는 의도적 설계로 해석된다”고 부산대 재료역사 연구실의 정서윤 박사는 분석했다.

문자와 도식이 말해주는 것

가장 큰 단서는 외벽에 새겨진 한자와 기하학적 도식에서 나왔다. 흐릿하지만 ‘水準器’와 간지로 표기된 ‘甲子年’의 각자가 확인되었고, 내부 링에는 물 높이를 단계별로 표시한 눈금이 있었다. “수위 측정용 도구, 곧 수리 공학의 프로토타입으로 볼 수 있다”고 국립문화재연구원오지훈 연구사는 설명했다.

도식 속에는 삼각형 기울기 표시와 수로 단면에 대한 간단한 주해가 보이며, 한쪽에는 ‘남쪽 바람이 불 때 닫고, 겨울에 열라’는 식의 짧은 지시문이 새겨져 있었다. 이는 단순 장식이 아니라 현장 운영을 위한 매뉴얼에 가까운 기록으로 읽힌다.

두 학문의 교차점

물체를 둘러싼 해석은 공학과 사학의 만남을 불러왔다. 엔지니어들은 재료 선택과 미세 가공 기술의 수준에 주목했고, 역사 연구자들은 수자원 통제의 정책사를 복원할 단서로 평가했다. “한 점의 유물에 담긴 데이터가 학문 경계를 넘어 흐른다”는 말이 현장에서 자주 회자됐다.

현재까지 제기된 가설은 다음과 같다.

  • 조선 후기 해안 간척지의 수위 조절을 위한 휴대형 수준기
  • 군사적 목적으로 갯벌 요새의 수로 상태를 점검하는 측정구
  • 서양식 측량기술을 수용한 초기 혼성 장치의 시제품
  • 민간 수리업자들이 사용한 고급 공구로서의 가능성

“각 가설은 시대별 기술 흐름과 교류 양상을 비춘다”고 연세대 과학사학과의 박해인 교수는 말했다.

현장에서의 실험과 관찰

엔지니어 팀은 3D 스캔과 비파괴 검사로 내부 구조를 가상 복원하고, 동일한 합금 비율의 모형을 제작해 부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초기 결과는 염분 환경에서 피막의 안정성이 돋보인다는 점을 시사하며, 미세 홈의 카펫팅 효과가 수막 유지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작은 홈들이 물을 붙잡아 미끄럼을 줄이고 정밀한 읽기를 돕는다”는 해석이 나왔다.

보존과 공개의 과제

지하수에 오래 잠긴 금속 유물의 급격한 건조는 균열을 일으킬 수 있어, 현재 저속 탈염과 저온 보존 처리가 병행되고 있다. 문화재 당국은 향후 6개월간 안정화 과정을 거친 뒤, 임시 전시와 자료 공개를 검토 중이다. “대중 공개는 과학적 검증과 보존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거듭 강조됐다.

지역 사회의 반응

공사 중단으로 인한 일정 지연에 우려가 있었지만, 현장 주변 상인들은 호기심 어린 방문객 증가로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한 주민은 “이 동네 땅속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니, 도시의 역사가 갑자기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동아리들은 과학사 탐구 활동과 연계한 현장 견학 프로그램을 요청하며, 학교와 지자체의 협력이 논의되고 있다.

남은 단서와 다음 질문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내벽 도식의 좌표 체계가 근대 측량 기준과 일부 상응한다는 점이다. 이는 전파 경로가 빠른 지식의 혼성화를 암시하거나, 지역 장인의 창의적 전용을 보여줄 수 있다. “정답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우리가 모르는 기술사의 여백을 채우는 계기”라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공유된다.

현재 공사 구간은 안전 펜스로 격리되었고, 관계 기관은 정밀 발굴과 문헌 비교 연구를 병행한다. 작은 원통 하나가 던진 질문은 도시에 깔린 관로만큼이나 복잡한 맥락을 드러내며, 오늘의 작업이 내일의 기억이 되는 과정을 천천히 보여주고 있다. “한 시대의 손끝이 남긴 흔적을, 다음 시대의 손으로 해독하는 중”이라는 말이 조용히 울린다.

김 지훈

김 지훈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을 담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다양한 도시에서 경험을 쌓으며 건축 저널리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C3KOREA에서는 건축 비평과 인터뷰를 주로 담당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세계 건축의 맥락을 전하고자 합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