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표면 아래 깊은 곳에서 확인된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 구조

2026년 01월 08일

지하 수천 킬로미터 아래에서 흔들린 지진파가 뜻밖의 비밀을 들려준다. 과학자들은 이 파동의 미세한 지연과 굴절을 읽어,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려 왔다. 그 과정에서, 상상을 넘어서는 규모와 밀도의 이상체들이 느릿하게 꿈틀거리는 풍경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맨틀 깊숙이 숨어 있던 거대 덩어리

지구 내부에는 대륙만큼 넓고, 에베레스트 수십 개를 쌓은 듯 높은 구조가 자리한다. 연구자들은 이를 저전단속도 거대지대(LLSVP)라고 부르며, 아프리카 아래와 태평양 아래 두 곳에 뚜렷하게 집중된다고 말한다. “이 덩어리는 석회암처럼 단단한 벽이 아니라, 더 무겁고 더 뜨거운 맨틀의 집합”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지진파가 그려낸 보이지 않는 지도

지진이 터질 때 방출된 파동은 내부 물질의 온도, 조성, 그리고 상태에 따라 속도를 바꾼다. 전 세계 관측망이 모은 파형을 역산하면, 거대한 3차원 단면도가 탄생한다. 과학자들은 “파동의 느림은 종종 밀도와 의 힌트”라며, 미세한 편차가 큰 구조를 드러낸다고 말한다.

그 기원에 대한 경쟁 가설

이 거대한 덩어리는 어디서 왔을까. 한 가설은 바다판이 섭입되며 맨틀 깊은 곳에 바살트 성분이 쌓여, 주변보다 무거운 더미를 만들었다고 본다. 또 다른 그림은 태초의 마그마 바다가 식을 때 응고 잔해가 바닥에 가라앉아, 거대한 밀도층을 남겼다는 시나리오다.

일부 연구는 “달의 탄생을 낳은 거대한 충돌에서, 외부 천체의 맨틀 조각이 침강해 오늘의 덩어리로 남았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 가설은 텅스텐 같은 동위원소 신호와, 비정상적으로 높은 밀도 차이를 함께 설명하려는 시도다. 어느 쪽이든, 관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두세 퍼센트의 밀도 증가는 충분히 현실적이다.

표면과 연결된 보이지 않는 통로

뜨거운 맨틀 기둥인 플룸은 이 거대한 덩어리의 가장자리에서 솟구치는 경향을 보인다. 하와이와 아이슬란드 같은 핫스폿이 대표적이며, “핫스폿의 근원은 덩어리와 지각의 경계에서 열과 조성이 집중되는 지대”라는 분석이 있다. 결과적으로, 지하의 질서는 지표의 화산성과 산맥의 성장에도 그림자를 드리운다.

초저속 영역, 바닥에서 발견된 점 같은 세계

핵과 맨틀의 경계 바로 위에는 ‘초저속 영역’(ULVZ)이라 불리는 얇은 패치들이 발견된다. 이들은 주변보다 훨씬 느리고, 때로는 철이 풍부하거나 용융이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ULVZ는 불씨처럼 작지만, 플룸의 시작점과 맞물려 거대한 대류를 촉발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핵심 사실 한눈에

  • 깊이 약 2,900km 부근, 핵-맨틀 경계 위에 대륙 크기의 덩어리가 존재
  • 전단파 속도가 느려진 영역으로, 조성과 온도 차이가 원인
  • 플룸과 화산활동 분포에 유의미한 영향
  • 기원은 섭입판 축적, 마그마 바다 잔재, 혹은 거대 충돌 잔류물 등으로 경쟁 중

실험실에서 복제하는 극한의 내부

광물물리학자들은 다이아몬드 앤빌 과 레이저 가열로 지구 내부의 압력과 온도를 재현한다. 이 환경에서 페로브스카이트와 포스트페로브스카이트 같은 광물이 어떤 속도를 보이는지 측정해, 지진파 해석의 기준을 세운다. “우리가 맞춘 광물의 속도가 곧 지구 내부의 교과서”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데이터의 혁신, 해석의 정밀화

해저와 극지에 늘어나는 관측망, 인공지능 기반의 파형 분류, 대규모 역산 알고리즘이 정확도를 끌어올린다. 위상학과 베이즈 방법론이 더해지며, 모호했던 경계가 선명해지는 추세다. 최근의 모델은 덩어리의 가장자리에서 특히 높은 기울기와 복잡한 내부 구조를 시사한다.

지구의 호흡, 장주기의 리듬

이 거대 구조는 초대륙의 탄생과 해체, 해양지각의 생성 속도, 대기와 바다의 장기 탄소 사이클에도 간접적 파장을 남길 수 있다. 덩어리의 형태가 변형되면, 플룸의 분포가 달라지고, 결국 대규모 화산성 이벤트의 확률도 변한다. “지하의 느린 맥박이 지표의 빠른 변화를 이끈다”는 은유가 어색하지 않다.

다음 질문들

지금 남은 큰 물음은 세 가지다: 이 덩어리는 얼마나 오래 되었는가, 어느 정도 혼합되는가, 그리고 어떻게 움직이는가. “우리는 퍼즐의 테두리를 찾았고, 이제 색을 채울 차례”라는 연구자의 말처럼, 세부 구조의 지도화가 관건이다. 달과의 기원 연결고리를 확인하려면, 더 정밀한 동위원소 단서와 지진파 이미징이 만나는 교차점이 필요하다.

지구 깊은 곳의 풍경은 인간의 직관을 종종 배반하지만, 측정과 모형은 그 경계를 조금씩 넓히고 있다. 보이지 않던 덩어리의 윤곽이 뚜렷해질수록, 우리는 발밑의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해는 내일의 재난 예측과 지구 진화의 서사에, 새로운 좌표를 더해 줄 것이다.

김 지훈

김 지훈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을 담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다양한 도시에서 경험을 쌓으며 건축 저널리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C3KOREA에서는 건축 비평과 인터뷰를 주로 담당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세계 건축의 맥락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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