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손그림 지도 한 장으로 80년 묻힌 가족 보물, 가장 감동적인 발견

2025년 09월 28일

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기막힌 우연 끝에, 얀 글라제프스키는 80여 년 전 조상들이 땅속에 묻어 둔 보물을 찾아냈다. 아버지가 손수 그려 준 한 장의 지도를 유일한 길잡이 삼아,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직전에 숨겨져 유럽을 휩쓴 혼란 속에서도 지켜졌던 가족의 비밀스러운 유산을 다시 세상 위로 끌어올렸다.

전쟁의 문턱에 묻힌 유산

유럽 전역에 2차 세계대전의 그림자가 드리우던 무렵, 당시 폴란드 동부에 살던 글라제프스키 가족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그들은 가장 소중한 소지품들을 파괴의 손길에서 지키기 위해 땅에 묻기로 했다. 보석과 가보, 가족의 기념품들은 집 근처에 숨겨졌고, 그곳은 훗날 우크라이나의 리비우가 된다. 전쟁 이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가족은 결국 보물을 그대로 남겨둔 채 떠나야 했고, 그들의 역사에는 커다란 빈칸이 생긴 채로 이 이야기는 수십 년 동안 전해지지 못했다.

세대를 건너온 지도

80년이 흐른 지금, 69세가 된 얀은 가족의 과거를 되찾겠다는 마음 하나로 길을 나섰다. 그가 지닌 것이라곤 고향을 떠난 지 오래 지난 뒤 아버지가 기억만으로 그려 준 지도가 전부였다. “아버지는 모든 것을 기억에 의존해 이 지도와 길 안내를 제게 주셨죠.” 얀은 가족사와 자신을 이어 준 특별한 끈을 떠올리며 말했다. 거칠고 투박했지만, 그 지도는 그를 옛 저택의 잔해로 이끌었다. 들판을 가로질러 숲 가장자리를 따라, 그리고 보물이 묻혔다고 전해지던 바로 그 자리로.

과거를 파헤치다

손에 금속 탐지기를 들고 얀은 지도에 표시된 지점을 정밀하게 훑었다. 그리고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와 마주했다. 어린 시절 잃어버린 어머니의 보석이 담긴 상자를 찾아낸 것이다. “이 보석들을 발견했을 때, 마치 시간 속에 잠겨 있던 어머니의 유산 한 조각을 직접 만지는 듯했어요.” 얀은 감정이 북받친 목소리로 회상했다. “어릴 적 품던 ‘보물을 찾겠다’는 꿈을 이룬 순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킨 일이라 더 뜻깊었습니다.”

얀이 건져 올린 것들 가운데에는 정교하게 세공된 보석류, 가문의 표식이 새겨진 세례용 스푼, 그리고 여러 개인 유품들이 있었다. 각각이 글라제프스키 가문의 풍성한 역사를 이으며, 시간을 건너 보존된 이야기로 남아 있었다. 금전적으론 수천 달러에 달하는 가치가 매겨질 수 있겠지만, 이 물건들은 그저 물질이 아니었다. 버텨 낸 세월과 앞을 내다본 지혜를 상징하는, 가족의 강인함과 정신을 손에 잡히는 형태로 증명하는 표상들이었다.

값어치를 넘어선 의미

얀에게 이번 발견은 단순히 가치 있는 물건을 파낸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뿌리와 이어지는 깊은 연결이자, 오랫동안 잃어버린 가족사와의 재회였다. 이 유물들은 전쟁이 남긴 아픈 과거와, 기억과 예우로 가득 찬 현재를 잇는 헌사로서 남을 것이다.

미래를 바라보며, 얀은 이 소중한 유물들 일부를 전시해 가족의 유산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선조들의 기억을 오래도록 살아 있게 할 계획이다. 이번 믿기 힘든 발견은 너무 오래 열린 채 남아 있던 한 장을 마침내 닫게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가족의 유대와 약속의 무게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얀 글라제프스키에게 그가 찾아낸 보물은 단순한 재산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족의 유산을 완성하는 성취이자, 과거와의 뭉클한 상봉이며, 끝내 마무리를 기다리던 이야기에게 건넨 평화였다.

김 지훈

김 지훈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을 담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다양한 도시에서 경험을 쌓으며 건축 저널리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C3KOREA에서는 건축 비평과 인터뷰를 주로 담당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세계 건축의 맥락을 전하고자 합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