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녹아 흐르던 봄에, 한 프랑스 가족이 서울에 도착했다. 그들은 뒤를 돌아볼 시간도 없이, 새로운 질서로 걸어 들어갔다. 낯선 언어와 빠른 리듬이 처음엔 무섭게 다가왔지만, 마음을 여니 도시의 온기가 손을 내밀었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잠깐 머무는 사람이 아니다. 이곳에서 삶의 속도를 다시 정했고, 다음 페이지를 직접 쓰기 시작했다.
왜 떠났나
아이 둘과 함께, 그들은 파리 변두리의 긴 통근과 고질적 파업을 견뎠다. 좋은 학교를 찾아 이사하고, 의료 예약을 몇 달씩 기다렸다. 그러다 어느 날, “우리가 원하는 생활은 다른 곳에 있다”라는 직감이 들었다. 고민은 길었지만, 결정은 단호했다. 좋은 삶은 안정이 아니라 더 넓은 가능성에서 자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의 첫해
처음 몇 달, 그들은 한강 변을 산책하며 도시의 호흡을 배웠다. 동네 시장에서 장을 보고, 카페에서 한국어를 더듬었다. 아이들은 국제 학교와 지역 동아리에서 친구를 사귀었다. 아빠는 원격 근무를 이어갔고, 엄마는 디자인 프리랜서로 시작했다. “처음엔 모든 게 빨랐지만, 지금은 그 리듬에 기대요”라고 엄마는 말했다.
일과 교육
그들은 일의 유연성과 학교의 다양성에 매료됐다. 아이들은 한국의 수학 수업에 놀랐고, 방과 후 태권도와 코딩을 즐겼다. 부모는 업무 시간대를 조정해 저녁을 함께 먹는 습관을 지켰다. “가족의 시간을 중심에 두는 게 우리의 규칙이에요”라고 아빠가 덧붙였다.
무엇이 달랐나: 생활 비교
항목 | 프랑스에서 | 서울에서 |
---|---|---|
주거 | 교외 아파트, 관리 느림 | 도심 오피스텔, 관리 빠름 |
통근 | 차/지하철 혼합, 지연 잦음 | 지하철 정시, 환승 간편 |
교육 | 토론 중심, 과제 적음 | 기본기 탄탄, 사교육 선택지 많음 |
의료 | 예약 대기 길음 | 접근성 높고 속도 빠름 |
식문화 | 느긋한 식사, 와인 | 빠르고 깊은 양념, 배달 발달 |
공동체 | 개인 공간 중시 | 이웃 정과 동네 모임 활발 |
여가 | 박물관, 소풍 | 등산, 한강 피크닉 |
우리 집의 하루
주중의 리듬은 단단하지만, 숨 쉴 틈을 남긴다. 도시의 규칙과 가족의 약속이 겹쳐지며 하나의 일상이 된다.
- 06:30: 아이들 기상, 간단한 아침과 단어장
- 08:00: 지하철로 등교, 부모는 카페에서 업무 시작
- 12:30: 점심은 김밥과 바게트의 혼합
- 16:00: 방과 후 수업, 부모는 화상 회의
- 19:00: 가족 저녁, 스몰토크와 오늘의 한글
- 21:30: 아이들 취침, 부모는 내일의 계획
문화 충돌과 배움
첫 주에 그들은 쓰레기 분리배출 표기에서 길을 잃었다. 엘리베이터 매너도 처음엔 어색했다. 하지만 작은 실수가 웃음이 되었고, 실수가 배움이 되었다. “우리의 억양이 완벽할 필요는 없어요. 마음의 톤이 맞으면 돼요.” 엄마가 그렇게 말했다. 어느 저녁, 편의점 라면을 후루룩 먹으며 아이가 말했다. “여긴 매일 새로워. 그래서 매일 더 편해져.”
돈과 시간
생활비는 항목마다 요동친다. 주거와 교육은 때로 부담이지만, 교통과 외식은 합리적 수준에 머문다. 배달의 편의는 시간을 벌어 주고, 정확한 대중교통은 계획을 지켜 준다. 그들은 더 적게 소유하고, 더 많이 경험하려 한다. 주말엔 가볍게 출발해 산을 오르고, 저녁엔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산다.
도시가 준 것, 우리가 돌려준 것
서울은 그들에게 속도와 기회를 주었다. 그들은 호기심과 대화로 응답했다. 아이들은 학교 축제에서 프랑스어 노래를 가르쳤고, 부모는 동네 모임에서 빵을 구워 나눴다. 작은 교류가 쌓여, 가족에게도 이웃에게도 새로운 기억이 되었다.
앞으로의 자리
그들은 이제 ‘언젠가 귀국’이라는 문장을 접었다. 대신 “여기서 자라자”라는 문장을 펼쳤다. 낯선 곳에서 뿌리를 내린다는 건 두려움과 설렘의 혼합이다. 그러나 그들은 안다. 아이들의 웃음, 식탁의 향, 저녁 하늘의 색이 한 도시를 집으로 만든다는 것을. 그래서 그들은 말한다. “우린 이미 여기, 그리고 여기서 계속 살아간다.”